허프, 10일 롯데전 구원 등판해 퍼펙트 피칭
다음 주 선발진 합류...시즌 막바지 1+1 투입 가능성도
비교불가, 군계일학의 투구였다.
LG 트윈스 좌투수 데이비드 허프(33)가 완벽한 복귀전을 치렀다. 허프는 10일 잠실 롯데전 5회초 1사 1, 2루 위기서 등판, 7회초까지 8명의 타자를 퍼펙트로 돌려세우며 팀의 리드를 지켰다.
초구부터 완벽히 제구된 패스트볼을 구사했고, 마운드서 내려가기 전까지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터를 다양하게 섞으며 롯데의 반격을 차단했다. 이날 마운드에 오른 다른 투수들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투구였다. 예정보다 빠르게 복귀가 이뤄졌으나, 마운드 위에서의 모습은 정상이었다. LG는 허프의 호투에 힘입어 9-6으로 승리, KIA와 공동 5위로 올라섰다.
경기 후 양상문 감독은 “허프가 상대 흐름을 끊어준 투구로 경기를 이기는데 큰 역할을 해줬다”고 만족을 전했다. 허프 또한 “아프지 않고 몸 상태는 좋다. 빠른 공이 150km 이상 나와서 솔직히 나도 놀랐다. 인사이드 컨트롤이 잘되었고 커터도 잘 들어갔다”며 복귀전을 완벽하게 장식한 소감을 밝혔다. 허프는 다음 주부터는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 정규시즌 종료까지 4, 5경기 정도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최근 엔트리서 제외되기는 했으나, LG가 후반기에 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데에는 허프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7월 14일 잠실 한화전을 통해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허프는 9경기 48이닝을 소화하며 4승 2패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 중이다. 7경기에 선발 등판했고, 1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7이닝 이상을 던진 경우도 4경기나 된다. 집중타를 맞고 주춤할 때도 있지만, 어떻게든 긴 이닝을 버티면서 불펜 소모를 최소화시켰다.
LG는 허프가 선발진에 포함된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부터, 왼쪽 손목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지기 전인 8월 28일까지 22승 14패를 기록했다. 반면 허프가 엔트리에 없었던 10경기에선 4승 6패에 그쳤다. 허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유재유와 이준형이 선발 등판했지만, 해답이 되지는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규민까지 타구에 맞는 부상을 당하며 이탈했다. 우규민은 오는 16일이면 엔트리 제외기간 열흘을 채운다. 오른 다리 타박상이었던 만큼, 다음 주에는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즌 종료까지 17경기만 남은 가운데. 최대 승부처는 역시 4·5위 경쟁팀인 KIA, SK와의 맞대결이다. LG는 오는 15일과 16일 잠실에서 KIA와 2연전을 치른다. 이후 27일 광주에서 정규시즌 마지막 KIA전에 임한다. 그리고 30일과 10월 1일에는 잠실에서 SK와 2연전에 돌입한다. 상대 선발투수는 거의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KIA는 15일과 16일 경기에 양현종과 헥터를 투입할 듯하다. 27일 역시 양현종과 헥터 둘 중 한 명을 마운드에 올릴 것이다. SK는 김광현과 켈리 막강 원투펀치를 30일과 10월 1일 경기에 나란히 등판시킬 확률이 높다.
다득점이 어려운 투수와 마주하기 때문에 LG 역시 가장 강한 선발투수 카드를 펼쳐야 한다. KIA와 SK 타자들이 아직 허프와 상대한 적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허프의 선발 등판이 최적의 카드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양상문 감독은 시즌 막바지 선발투수 ‘1+1’ 기용을 암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선발과 불펜을 두루 소화한 허프기 때문에, 롯데전처럼 꼭 잡아야하는 경기에선 허프의 구원 등판도 가능하다. 실제로 LG는 9월 20일부터 10월 8일까지 치르는 마지막 10경기를 3인 로테이션으로 치를 수 있다. 류제국 우규민 소사로 선발진을 돌리고, 중요한 경기마다 허프를 대기시키는 전략도 생각해볼만 하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8일 잔여경기 일정에 대한 질문에 “특정 팀에 유불리한 것 없이 짜여졌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팀과 경기 아니겠나. 경쟁팀과 맞대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돌아온 허프가 정규시즌 끝까지 활약한다면, LG의 가을야구를 향한 문도 활짝 열릴 것이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