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2안타 2볼넷 100% 출루로 활약
"남은 경기, 내년 위한 좋은 기회"
kt 위즈 내야수 남태혁(25)이 강렬한 데뷔전을 치렀다. 1군에서 뛸 1루수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남태혁은 지난해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kt에 입단했다. 미국 LA 다저스 산하 루키리그에서 뛴 후 돌아온 '해외 유턴파'였다. kt는 당초 전체 1순위로 투수를 고려했지만 남태혁의 모습을 지켜본 후 선택을 바꿨다. 당시 조찬관 kt 스카우트 팀장은 “향후 몇 년 간 나오기 힘든 우타 거포 자원이라고 생각했다. 외모는 물론이고 스윙이 이대호를 닮았다. 미래에 중심 타자로 쓸 수 있다. 유연하고 순발력도 있다”라고 평가했다.
남태혁은 공익 근무 소집 해제 이후 몸을 만들었다. 익산 마무리 캠프에 합류했고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갔다. 올해 초 미국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했다. 하지만 출발이 다소 좋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 10타수 무안타를 기록했고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또한 햄스트링 통증으로 재활을 반복했다. 퓨처스리그 성적도 썩 좋지 않아 1군 콜업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7일 문상철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기회를 받았다.
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선 대수비로 출전했다. 타석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10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에 8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 2타수 2안타 2볼넷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2개의 안타는 리그 정상급 에이스 양현종을 상대로 뽑아낸 안타였다. “큰 덩치에도 힘이 아닌 기교로 치는 유형”이라는 평가가 맞았다. 유인구를 참을 줄도 알았다. 좋은 선구안까지 보여주며 100% 출루했다.
긴장하는 모습도 없었다. 남태혁은 선발 데뷔전을 치른 후 “긴장되지 않았던 것 같다. 야구장에 나오니 그냥 ‘이게 야구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분위기나 응원하는 소리도 좋았고 재미있게 즐겼던 것 같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첫 안타 순간을 두고는 “소름이 쫙 돋았다. 1라운드 지명 때 보다 첫 안타를 친 게 더 좋았다. 첫 안타는 정면으로 가 잡힐 줄 알았는데 잘 맞아 안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체 1순위 지명이기에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 실제로 시즌 중반 남태혁의 상황을 궁금해 하는 야구팬들도 있었다. 남태혁은 “급한 마음은 없었다. 오히려 더 편했던 것 같다. 애초 목표도 1년 차부터 올라올 생각은 아니었다. 야구를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마음 편하게 준비했고 코치님들이 워낙 잘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포커스가 내년, 내후년으로 변했다. 차근히 준비하자는 생각이었고 그게 잘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초반 햄스트링 부상을 벗어난 후에는 제 컨디션을 찾았다. 하지만 남태혁은 “몸 상태는 원래 좋았다. 그냥 단순히 야구를 못했다. 성적이 안 나오다 보니 경기도 못 나갔다. 아무리 1라운드에 뽑혔더라도 성적이 나와야 감독님이 써주시는 것이다.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은 경기들은 남태혁에게 소중한 기회다. 그는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 배우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에, 내년이 더 기대될 수 있게 하려면 이 기회가 중요한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krsumin@osen.co.kr
[사진] kt 위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