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토종 2루수 최초 2년 연속 20홈런
목표했던 80타점도 눈앞... "이게 내 색깔"
“내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박경수(32, kt 위즈)가 2년 연속 20홈런을 쏘아 올렸다. 지난 시즌 22홈런으로 커리어하이를 찍더니 올 시즌도 20홈런을 돌파했다. 토종 2루수가 2년 연속 20홈런을 친 건 KBO리그 역대 최초의 기록이다. 타점은 78개로 이미 지난해 73타점을 넘어섰다. 이제 개인 커리어하이를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로 성장했다.
박경수는 10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에서 극적인 역전 만루 홈런을 쳤다. 팀 승리를 이끄는 홈런이었고 2루수 새 역사를 쓰는 홈런이었다. 그러나 박경수는 경기 후 “기록에 대해 전혀 몰랐다. 당연히 기분은 좋다. 사실 20홈런을 치고 싶었다. 준비를 많이 했지만 작년처럼 20홈런을 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걱정이 앞섰던 건 사실인데, 시즌을 치르면서 잊혀졌다. 경기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목표했던 20홈런을 쳤으니 타율, 타점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면서 다소 부담이 생긴 것이다. 박경수는 “지난 시즌에 너무 즐겁게 야구를 했었고 제 자신이 어디까지인지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과가 나왔을 때 올해에도 그 정도 성적을 내든지, 아니면 더 잘 해야 한다는 목표가 생겼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지만 이런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전했다.
박경수는 “나만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나는 다른 구단들의 2루수들과는 다른 것 같다. 도루를 많이 하거나 타율이 높은 타자들이 있다. 나는 대신 홈런이나 타점에 중점을 둬야 한다. 클린업 트리오에서 내 역할을 해주는 걸로 어필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게 제 색깔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2루수 골든글러브 유력 후보로도 꼽힌다. 지난 시즌에는 2루수 부문 투표에서 4위에 그쳤다. 박경수는 골든글러브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자 “받고 싶다고 해서 받는 상은 아니다. 저의 플레이를 끝까지 잘 하고, 그렇게 해서 받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가문의 영광일 것이다. 평생 프로야구 선수들의 꿈이기도 하다. 남은 경기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수상은 시즌 이후에 기다려봐야 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박경수는 2003년 신인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 유지현(현 LG 코치)의 뒤를 이을 대형 유격수로 기대를 모았다.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으나 kt 이적 후 꽃을 피웠다. 예상을 벗어나 다소 늦은 시점이었지만 결국 그 재능은 결실을 맺었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스토리다. 박경수는 “결국은 부담이다. 어린 친구들한테 자주 하는 이야기는, 지금 당장 결과에 대해 스트레스 받지 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게 쉽지는 않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지금 당장 좋은 결과를 내면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더라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 1군 경험 자체가 다른 선수들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경험은 경기에 나가면 자연스럽게 쌓이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고 부담을 안 가졌으면 좋겠다. 즐겁게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