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시절 전성기 송은범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빠르고 힘 있는 공이 코너를 깊숙한 곳을 찌르며 위력을 떨쳤다.
송은범에게 가장 빛난 시기는 2009년이었다. 그해 31경기에서 개인 최다 149⅓이닝을 던지며 12승3패 평균자책점 3.13으로 활약했다. 유일한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해. 특히 같은 해 5월14일 잠실 LG전에서 9이닝 동안 144개 공을 던지며 4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프로 무대 유일한 완투 기록.
그 이후 송은범은 한 번도 8이닝 이상 던지지 못했다. 7⅔이닝 투구가 1경기 있었을 뿐 '이닝이터'와는 거리가 있었다. 특히 KIA로 이적한 2013년부터 하향세를 보였고, 지난해 한화로 이적한 뒤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4년 사이 송은범의 선발등판시 평균 투구는 4이닝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완전히 달랐다. 지난 1일 대전 LG전 이후 일주일을 쉬고 마운드에 오른 송은범은 힘이 넘쳤다. 1~2회 연속 주자 2명을 내보내며 위기가 이어졌지만 실점없이 막은 뒤 완벽하게 자기 페이스를 찾았다. 4회 박기혁에게 빗맞은 안타가 좌전 2루타가 돼 1점을 준 게 유일한 실점이었다.
8이닝 6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 이닝뿐만 아니라 총 투구수가도119개로 한화 이적 후 최다였다. 최고 148kkm 직구(79개) 중심으로 슬라이더(35개)·커브(3개)·체인지업(2개)까지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특히 6~8회 3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막으며 이닝을 거듭할수록 kt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2009년 전성기 SK 시절로 돌아간 듯 한 제구가 인상적이었다. 우타자 기준으로 바깥쪽 낮게 포수 미트를 파고드는 직구에 kt 타자들이 힘을 못 썼다. 투구수 100개를 넘어가도 공에는 힘이 넘쳤다. kt 타자들의 배트가 밀려 파울 타구도 백네트 쪽으로 향했다.
여기에 떨어지는 주무기 슬라이더까지 적절히 섞어 던지며 혼란을 줬다. 비록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한화 이적 후 최고 투구로 2연승 발판을 마련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