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양 3G 구원 등판, 불펜 고생 체감
"선발투수로 더 큰 책임감 느낀 계기"
"불펜 형들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한화 우완 투수 이태양(26)은 최근 일주일 사이 쉽지 않은 경험을 했다. 지난 3일 고척 넥센전에서 연장 11회말 마무리투수로 깜짝 투입, 1이닝 무실점 역투로 데뷔 첫 세이브를 올렸다. 당초 4일 넥센전 선발로 나설 차례였지만 경기가 연장 11회까지 흘러가자 마무리로 긴급 등판하며 팀 승리를 지켰다.
이어 이튿날 넥센전에는 두 번째 투수로 2⅔이닝 49구를 던지며 3실점으로 구원패를 당했고, 6일 마산 NC전에도 8회 구원등판한 뒤 김태군을 6구만에 삼진 잡고 내려가며 원 포인트로 역할까지 했다. 그러다 7일 하루 휴식을 취한 다음 8일 대전 kt전에 선발복귀, 6이닝 1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역투했다.
1일 휴식으로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 선발 복귀전이었지만, 이태양은 흔들림 없이 6이닝을 채웠다.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3볼넷 2탈삼진 1실점. 2회 박경수에게 맞은 솔로 홈런이 유일한 실점으로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최고 144km 직구(52개)에 포크볼(22개)·슬라이더(19개)·커브(4개)를 던졌다. 투구수는 시즌 최다 97개로 100개에 육박했다.
이처럼 이태양이 하루 휴식에도 시즌 최다 투구수로 버틸 수 있었던 건 선발투수로서의 책임감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주말부터 주초까지 마무리-롱릴리프-원포인트로 이어진 짧지만 다양한 불펜 대기와 등판 경험을 통해 몸으로 느낀 것이 많았다.
이태양은 "불펜에서 직접 던져보니 선발이 더 편하다는 걸 느꼈다. 불펜 형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몸으로 느꼈다"며 "마무리로 처음 올라갔을 때 엄청 떨렸다. 선발 6이닝보다 중간·마무리 1이닝, 마지막 아웃카운트 3개가 훨씬 힘들더라. 야구란 게 그런 것 같다. (정)우람이형과 우리 투수 형들이 진짜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불펜으로 나가면서 다시 선발로 던지면 불펜 부담을 꼭 덜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불펜에서 계속 대기하며 나가는 것이 쉽지 않더라. 형들이 고생하는 것을 몸으로 직접 겪어 보니 선발로서 긴 최대한 긴 이닝을 던져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 책임감으로 6이닝을 버텼다.
전반기 12경기에서 승리 없이 5패 평균자책점 6.64로 고전했던 이태양은 후반기 12경기 3승3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4.93으로 안정감을 찾았다. "볼을 던질 때 느낌이 전반기보다 좋다. 초반에 너무 안 좋아 스스로에게 실망도 했었지만 처음부터 내가 잘한 선수는 아니었다. 꾸준하게 운동해야 좋아지는 스타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에 집중하다 보니 투구 밸런스가 잡히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태양의 말이다.
이어 그는 "초반에는 수술 전 스피드를 생각해서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지만 그렇다고 스피드가 나오진 않더라. 그보다 밸런스에 집중하다 보니 좋아지기 시작했다"며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끝날 때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남은 기간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