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잠수함 박종훈은 전반기 17경기에서 6승을 거뒀다. 다소 부침은 있었지만 데뷔 후 첫 10승 달성이 유력시됐다. 특유의 궤적에서 나오는 공은 기본적으로 치기가 까다로웠다. ‘사실상’의 2년차를 맞아 후반기에는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하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좀처럼 떠오르지 못했다. 7일까지 후반기 8경기에서 딱 1승에 그쳤다. 네 번의 패전을 기록했고 평균자책점은 8.74에 이르렀다. 전반기 평균자책점(4.64)에 비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폭등한 것이었다. 사사구 남발 속에 좀처럼 자신의 주무기를 활용하지 못했다. 피안타율도 전반기 2할6푼4리에서 3할9리로 올랐다.
체력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심리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성적을 내야 한다는 스트레스 속에 다소 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마운드 위에서 여유를 가지기 어려운 여건임도 분명했다. 그러나 8일 경기 전 박종훈은 최근 경기보다는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웃는 낯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근에 비하면 승패에 대한 부담을 조금은 던 모습이었다.
그런 박종훈이 값진 승리를 따냈다. 박종훈은 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106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2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이 12-3으로 크게 이겨 의미가 배가됐다. 박종훈의 마지막 승리는 지난 8월 3일 인천 삼성전(7이닝 3실점)이었다. 36일 만에 맛본 승리였다.
제구가 다소 들쭉날쭉한 감은 있었지만 이날은 기복이 최근 경기처럼 심하지 않았다. 여기에 커브가 결정구로 잘 먹히며 넥센 타선을 틀어막았다. 넥센의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몇몇 빠진 상황이기는 했지만 경기 내용이 괜찮았다.
특히 상대 에이스인 앤디 밴헤켄과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팀에는 의미가 큰 승리였다. 선발 싸움에서 다소 불리한 여건을 박종훈이 뒤집으며 경기 물줄기를 완전히 바꿔놓은 셈이 됐다. SK는 이날 승리로 5연승을 달렸고 치열한 5강 다툼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박종훈은 경기 후 "간만에 승리를 거둬서 다소 얼떨떨하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 마음을 비우고 잡생각을 떨쳐버리자는 마음으로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경기 중에는 한 번도 고개를 저은 기억이 없을 정도로 재원이형의 리드에 따랐고 거기에 맞게 던지는 것에 집중했다"라면서 "팀이 연승을 거둬 4위를 하고 있는데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