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욕심쟁이'.
축구 대표팀은 말레이시아 세렘반에서 시리아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2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시리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5위의 최약체다.
이번 대표팀 명단은 20명이 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논란이 커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위한 첫 발걸음비 삐걱 거렸기 때문이다.
자체 연습 경기 조차 불가능한 엔트리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중국과 경기를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은 "논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한 뒤 "단 정보를 확실히 알고 논란이 있었으면 좋겠다. 골키퍼의 경우 나도 2명만 뽑고 싶었지만, 규정상 3명을 등록해야 한다. 이것을 사람들이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전서 문제가 생긴 슈틸리케 감독은 황의조를 손흥민 대체 선수로 선발했다. 손흥민이 소속팀 사정상 영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고 부담은 더욱 커졌다. 따라서 더이상 엔트리에 선수 충원은 없다고 강조했던 슈틸리케 감독이었지만 황의조는 선발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엔트리를 축소한 것은 선수들에 대한 배려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과였다.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잘 버텨내야 앞으로 대표팀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맞는 말이다. 시즌 개막이 펼쳐진 가운데 대표팀 소집은 어려운 일이다. 손흥민의 경우 올림픽 출전으로 인해 부담이 커졌고 소속팀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미 결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면 슈틸리케 감독은 다른 선수 차출에 대해 욕심을 부려야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임무는 대표팀을 최고 팀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2연전의 경우에는 답답함이 커졌다. 아시아 축구에 대한 이해도 떨어져 보였다. 2연전을 펼치는 동안 공격이 잘 풀리지 않으면 슈틸리케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한 장밖에 없었다. 바로 황희찬이다. 물론 경우의 수가 많았더라도 감독이 선택을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2연전은 이미 상대 감독들이 완전히 한국의 전술을 파악하고 있었다.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는데 굳이 포함 시켜야 하는 이유를 덧붙이자면 상대 감독들과의 수 싸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록 출전을 시키겠다는 생각이 없더라도 상대 벤치는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함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선수 선발은 슈틸리케 감독 스스로 많은 것을 제한 시킨 것과 같다. 또 꼼수에 능한 아시아 축구를 냉철하게 파악했다면 이번과 같은 경우는 발생하기 힘들다.
슈틸리케 감독의 예전 감독 생활까지 들출 필요는 없다. 현재의 상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 정해놓은 규정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냉정하게 한국 축구 뿐만 아니라 아시아 축구 사정도 파악하고 대표팀을 위해서는 욕심을 부려도 된다. 대표팀 감독은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10bird@osen.co.kr
[사진] 세렘방(말레이시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