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배트맨 슈트를 입혀 놓았다고나 할까.'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애플 신제품 발표행사 직후 가진 핸즈온 체험행사에서 처음 본 아이폰 7 플러스 '블랙'의 느낌이 딱 그랬다.
이날 애플은 아이폰 7과 아이폰 7 플러스를 새롭게 선보이면서 5가지 색상을 선보였다. 기존 로즈골드, 골드, 실버에 제트 블랙과 블랙 2가지 색상이 새롭게 가세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멀리서도 번쩍번쩍 빛날 만큼 고광택을 자랑하는 제트 블랙이 아니었다. 오히려 투박한 듯 빛이 전혀 나지 않지만 어딘가 고급스러움을 지닌 그냥 블랙이었다.
색상이 영화 배트맨 주인공의 슈트가 연상됐다. 망토가 달렸다면 더 그런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외부 질감도 마치 배트맨 슈트가 이러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착 감기는 것이 부드러우면서도 가벼웠다.
사실 아이폰 7 플러스는 전작 아이폰 6S 플러스의 사이즈(158.2×77.9×7.3mm)와 동일하다. 그렇지만 그립감에서는 오히려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192g에서 188g으로 줄어든 무게, 글래스와 유니바디 알루미늄의 경계를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잘 마감처리됐기 때문인 것 같다.
애플에 따르면 블랙 모델은 비드 블라스트 공법으로 표면 처리된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안테나 선은 위, 아래 모서리를 따라 붙어 있지만 의식하기 힘들 정도로 블랙 속에 잘 감춰져 있다.
블랙은 생활방수 처리가 됐다. 비가 오거나 물을 흘려도 괜찮다. 먼지에도 보호받을 수 있다. IP67 등급을 받았다. 6은 먼지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되는 '방진'을 뜻하고 '7'은 1미터 깊이의 물속에서 보호가 가능하다. 바다 깊은 곳에 들어갈 게 아니라면 상관이 없다.
홈버튼은 겉으로 볼 때 달라진 것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누르면 들어가던 기존 방식이 아니었다. 압력의 깊이를 감지하는 포스터치가 가미됐다. 새로운 '탭틱(Taptic) 엔진'이 가미돼 촉각으로 느낌을 전달받는다. 이 탭틱 엔진이 받치고 있는 홈버튼은 지문을 인식하는 터치 ID 기능도 갖고 있다.
아이폰 7 시리즈는 3.5mm 헤드폰 잭이 사라졌다. 하지만 애플은 스테레오 스피커를 대신 탑재해 위, 아래로 배치했다. 두배 더 풍성한 음량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애플이 번들로 제공하는 라이트닝 커넥트 어댑터를 통해 헤드폰 잭의 아쉬움을 그나마 달랠 수 있게 됐다.
고화질의 게임을 실행해보니 당장 이 탭틱 엔진과 스테레오 스피커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전보다 더 흥미로운 몰입감을 제공했다. 촉각과 사운드로 인해 게임에 빠르게 빨려드는 느낌이었다.
또 아이폰 7 시리즈는 고급 무선 이어폰과 연결하는 기회를 맞이했다. W1 프로세서가 담긴 '에어팟(AirPod)'이 연결되면 선을 없앤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것 같다. 에어팟은 5시간 연속 사용이 가능하고 15분 충전으로 2시간을 버틸 수 있다. 충전은 케이스에 넣어두면 된다. 에어팟은 케이스를 열기만 해도 아이폰 화면에 알림이 뜬다. 귀에 꽂으면 자동적으로 음악이 나온다.
아이폰 7 플러스 블랙의 후면 카메라는 듀얼렌즈다. 1200만 화소 렌즈 2개를 달고 있다. 광학줌은 2배, 디지털 줌은 최대 10배 향상됐다. 동영상도 6배 끌어당길 수 있다.
또 뒷배경을 흐릿하게 아웃포커스 처리하는 보케 효과도 가능하다. 이는 DSLR에서나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조리개값 f1.8 밝기를 지원하고 이미지 센서가 50% 더 많은 광량을 확보함에 따라 어두운 곳, 멀리서도 뛰어난 화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폰 7에 스마트폰 역사상 가장 강력한 A10 퓨전 칩이 탑재됐다고 자랑했다. 필요할 때는 더 빠른 처리성능을, 필요치 않으면 전력을 절약할 수 있게 한다. 이로 인해 아이폰 7은 전작에 비해 최대 2시간, 아이폰 7 플러스는 최대 1시간 더 배터리 사용시간이 늘어났다.
체험존에서 허용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역대 최강이라는 아이폰 운영체제(OS)인 iOS10이 적용된 만큼 다채롭게 만져보고 살펴보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뒤로 할 수밖에 없었다. 1, 2차 출시국에서 한국이 제외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그럼에도 아이폰 7의 블랙이 애플의 최근 부진을 완전히 씻어줄 수 있는 '슈퍼히어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가지게 만들고 있다.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여기서 한가지 더. 아이폰 7 시리즈는 LTE Advanced를 지원한다. 9.7인치 아이패드 프로(와이파이+셀룰러 모델)에서 볼 수 있었던 기능이다. 해외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로밍 서비스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DLSR급 카메라, 생활방수 기능에 로밍 걱정이 없다면 아이폰 7 시리즈에 대한 매력이 더 생길지 모르겠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