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이 터져야 산다".
KIA가 다급해졌다. 지난 6~7일 SK와의 인천경기에서 모두 패하는 바람에 5위로 내려앉았다. SK가 4연승을 하는 사이 1승3패를 당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더구나 6위 LG도 넥센에 2연승을 거두면서 1경기 차로 따라붙으며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가장 흔들리는 대목은 타선이다. 후반기에서는 힘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9월 들어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1일 삼성과의 대구경기에서 17안타 대폭발을 일으켰지만 이후 롯데와 SK 경기에서 각각 8안타-8안타-6안타-6안타에 그쳤다. 득점이 1점-4점-0점-3점에 불과했다. 4경기에서 경기당 2점 만 뽑은 것이다.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나지완의 부진과 공백이다. 최근 10경기에서 2할5푼7리 2홈런 6타점에 그쳤다. 게다가 2일 롯데전에서 두 타석을 소화하고 옆구리 통증으로 빠졌다.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단순 근육통인데 통증이 가라앉지 않자 전열에서 이탈한 것이다.
올해 타율 3할9리 25홈런 87타점 83득점을 올린 나지완의 공백은 치명적이다. 중요한 승부처를 앞두고 나지완이 빠지면서 공격력에 바람이 빠졌다. 더욱이 나지완이 갑자기 빠지는 통에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안치홍의 복귀 효과도 무색해졌다. 결국은 중심타선에서 힘을 내야하고 김호령, 서동욱, 김주형, 강한울 등 하위타선도 힘을 내야 한다.
무엇보다 브렛 필의 뜨거움이 절실하다. 최근 활력이 없다. 10경기 타율 2할7푼5리 2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김주찬과 이범호가 만든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며 득점권 타율도 3할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지난 7일 SK전에서 0-5로 뒤진 가운데 시즌 19호 투런홈런을 날리며 반등의 발판을 놓았다.
특히 필은 남은 시즌 활약도에 따라 내년 시즌 재계약 여부도 걸려있다. 지난 2년 동안 '효자용병'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팬들의 높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찬스에 유난히 강해 해결사라는 칭호까지 얻었고 "귀화시키자"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였다.
구단도 합당한 대우를 해주었고 기분좋게 두 번이나 재계약 사인을 했다. 그러나 올해는 강렬한 임팩트를 주지 못하고 있다. 타율도 3할1푼4리까지 떨어졌고 무엇보다 타점이 78개에 그치고 있다. 작년의 101타점을 넘기는 힘들어보인다. 성적 때문인지 타석에서 차분히 볼을 고르지 못하고 성급한 타격을 한다.
이런 점에서 필에게는 남은 20경기가 더 없이 중요하다. 주포인 나지완이 빠진 가운데 중심타선의 해결사로 일어서야 팀 득점력이 살아날 수 있다. 김기태 감독도 "필이 터져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팀의 5강 행을 이끈다면 내년 재계약 문제도 잘 풀릴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필의 방망이에 KIA의 가을 티켓이 걸려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