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두(32·SK)는 반드시 마운드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2군이라도 좋으니 실전 마운드에 서보고 싶다. 1군에 간다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재활 기간 내내 말해왔다. 그러나 냉혹한 현실을 이겨내지 못했다. 던지면 아팠고, 예전의 강속구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결국 막다른 골목에 몰린 전병두는 5년의 재활 시계를 멈췄다.
SK는 8일 전병두의 은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전병두는 2011년 왼 어깨 회전근 수술 이후 5년간 재활에 매달려왔으나 최근까지 예전의 구위를 회복하지 못했고 결국 구단에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전병두의 가능성을 끝까지 타진했던 구단도 7일 내부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에 이르렀다.
2011년 수술 이후 장기간 재활했던 전병두였다. 상태가 좋아지며 관계자들의 기대를 모으다가도, 다시 통증이 생겨 공을 잡지 못하는 시기가 이어졌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2013년 괌 재활캠프 당시가 가장 좋은 상태였다. 전병두의 목소리가 가장 밝았던 때도 그때였다. 그러나 너무 컨디션이 좋았던 나머지 욕심을 냈고, 힘이 딱 한 번 들어갔던 순간 다시 어깨에 탈이 나 재활 과정이 중단됐다.
그 후 전병두는 간단한 재수술을 거치는 시련을 겪었고, 지난해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구단은 올해까지는 전병두를 지켜본다는 방침을 정하고 재활 과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대만 퓨처스팀 캠프에 합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전병두는 당시 구단에 감사해하면서 “내가 해야 할 것은 야구다. 반드시 돌아가고 싶다”라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2년에 비하면 그나마 올해 상황이 좋았다. 불펜 피칭도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구단에서는 “잘하면 8월 정도에는 퓨처스리그에 등판하고, 정규시즌 막판에는 1군 합류도 가능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걸었다. 즉시전력감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한 번이라도 1군에서 던져봤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통증이 발목을 잡았다. 한 번 던지면 어깨가 찌릿했다. 강화에서 만난 전병두는 “통증이 없지는 않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불펜 투수로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통증이 생기니 투구 프로그램을 이어갈 수 없었고, 그러다보니 재활 일정이 지체됐다. 전병두가 실전에 한 번도 나서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루키팀(3군)에서 연습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구속이 떨어져 있었다. 가장 빠를 때는 134㎞ 정도였으나 이는 단발성이었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120㎞ 중반이 최고 구속인 날도 있었다. 루키팀 레벨에서도 난타를 당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것조차 힘겨웠다.
결국 8월 중순까지 퓨처스리그 일정에 합류하지 못한 전병두였다. 이쯤 되자 강화에서는 “어렵겠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 관계자는 “회전근을 다쳐 팔이 올라가지를 않는다”라고 울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전병두의 팔 각도는 크게 처져 쓰리쿼터, 사이드암에 가까웠다. 이마저도 왼손 타자에게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으나 결국 전체적인 구위 저하를 이겨내지 못했다. 전병두도 계속된 통증에 희망을 접었고, 결국 은퇴로 이어졌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