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현장] '강팀' STL 만든 열린 문화, 오승환의 생각은?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9.08 06: 37

웨인라이트, 몰리나 등 베테랑이 분위기 주도
루키까지 함께 토론하는 열린 문화도 강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빅마켓 구단은 아니지만 매년 쉽게 물러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올해도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까지 73승 64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를 유지하며 와일드카드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의 강점은 스타 파워보다 강한 조직력이다. 매년 스타급 선수들이 빠져나감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좋은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항상 새로운 선수가 공백을 메우고, 올해는 오승환(34)도 그런 선수 중 하나다. 트레버 로젠탈의 부진과 부상으로 마무리 공백이 생길 수도 있었지만, 오승환이 4승 3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1.89의 성적으로 확실히 메워주고 있다.
투수진의 베테랑인 애덤 웨인라이트는 지난해 2승만 거두고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올해는 10승으로 다시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했다. 10승 8패, 평균자책점 4.61로 전성기급 기록은 아니지만 지난 시즌에 없던 10승 투수 하나가 생긴 효과를 팀에 주고 있다. 또한 후배들에게 좋은 멘토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것이 세인트루이스의 숨겨진 힘이다. 그는 종종 팀 내 다른 투수들이 부진했을 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오승환은 그런 웨인라이트에 대해 “시야가 넓은 것 같다. 투수가 맞고 벤치로 왔을 때 다른 선수라면 몰라도 웨인라이트가 이야기하면 선수들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하며 존중하는 자세를 보였다.
단순히 나이만 많은 것이 아니라 다승왕을 두 번이나 차지한 프랜차이즈 스타이기에 팀 내 영향력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오승환 역시 “남들이 뭐라고 하지 못할 만큼의 커리어가 있기 때문에 다른 선수가 말해주는 것보다 더욱 와 닿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젊은 투수들을 위한 격려도 베테랑의 몫이다. 오승환은 “우리 팀은 신인들이 첫 승을 하면 맥주 샤워를 시켜주는데, 그때도 준비가 되면 웨인라이트가 축하한다는 말을 가장 먼저 해준다. 투수조장은 없지만 훈련 시간 등은 브록스턴이 이야기해주고, (투수조장 같은) 그런 일을 한다”는 말로 베테랑 투수인 웨인라이트와 조너선 브록스턴이 동료들을 위해 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오승환이 느낀 강팀의 문화는 이런 1, 2명의 베테랑 선수들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는 “시즌 초에 투수와 야수들이 모두 클럽하우스에 모여서 얘기할 때 ‘이래서 강팀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토론식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루키들도 할 말이 있으면 하라고 하더라. 주로 베테랑들이 말하지만 루키들도 할 수 있는 분위기 같았다”고 상세히 말했다.
세인트루이스에는 웨인라이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래도록 한 팀을 지킨 선수들이 후배들을 이끌어준다. “우리팀은 (야디에르) 몰리나나 (맷) 카펜터 등 위기가 왔을 때 헤쳐 나가게 하는 선수가 많다”는 것이 오승환의 의견이다.
이들이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도와주는 것도 세인트루이스의 힘 중 하나다. 다른 투수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다는 말에 웨인라이트는 "(조언은) 가끔씩 할뿐이다. 잘하기 위해 함께 토론하고, 질문하며 배우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엔 별로 할 말이 없다”며 자신의 비중을 애써 축소했다. /nick@osen.co.kr
[사진] 피츠버그=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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