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서 복귀 후 첫 선발 경기마다 멀티홈런 폭발
다시는 반복하기 싫은 재활…건강한 시즌이 최우선
강정호(29,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또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이제 다시는 약속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다. 아프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왼쪽 어깨에 통증을 느껴 부상자 명단(DL)에 올랐던 그는 선발로 복귀한 7일(이하 한국시간) 경기에서 펄펄 날았다. 복귀 첫 경기였던 6일에는 대타로 나와 삼진을 당했지만, 7일에는 멀티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발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강정호는 말하면 뭔가 이뤄낸다. 6일 경기 후 그는 “(부상 이전에) 타격감이 좋았는데, 팀 상황도 좋지 않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곧바로 하루 뒤에 멀티홈런 경기를 했다. 팀이 연패를 끊지는 못했지만,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는 맹타였다.
지난해 당했던 무릎과 정강이 부상에서 돌아와 처음 나갔던 경기는 더욱 화려했다. 5월 7일에 돌아온 그는 부시 스타디움에서 세인트루이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내가 와서 팀의 연패를 끊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 뒤 실제로 연타석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팀의 4-2 승리와 4연패 탈출을 견인했다.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그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패했다.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는 이번에도 부상에서 복귀한 뒤 팀에 기여하고 싶다는 약속을 스스로 지켰다. 79경기밖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어느덧 지난해 날렸던 홈런보다 하나 많은 16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다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일이 없게 하는 것이다. 7일 경기 후 “재활하고 돌아올 때마다 홈런을 치거나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약속을 잘 지키는 것 같다”는 한 취재진의 말에 강정호는 “(또 약속을 지키려면) 그럼 또 재활하러 내려갔다가 다시 복귀해야 되니까…”라고 말끝을 흐리며 미소를 지었다.
끔찍한 부상 때문에 DL에서 시즌을 시작한 그는 재활이라는 말만 들어도 진절머리가 날 정도다. 6일 경기를 마치고 나서도 강정호는 “재활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한 마디 안에 모든 함축된 의미를 담았다. 이제 부활을 약속하지 않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nick@osen.co.kr
[사진] 피츠버그=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