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 연예산책]'구르미' 박보검이 증명한 스타의 법칙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9.07 08: 49

한국에서 톱스타는 인물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캐릭터에 의존한다. 지금 연예계에서 가장 '핫'한 배우는 박보검이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을 타고 시청자 가슴에 스며들고 있다. 그윽한 눈빛에 심쿵하고 오똑한 콧날에 짜릿하며 묵직한 대사에 신음한다. 그 순간, 우리가 푹 빠지는 건 바로 까칠 왕세자 이영임에 분명하다.
박보검이 안방극장 대세배우로 등극했다. '태양의 후예' 송중기 신드롬을 걷어내고 슬그머니 그 자리를 꿰차는 중이다. 1, 2년은 끄덕 없을 것같던 송중기 '톱' 자리가 어찌 이리 빨리 바뀐걸까. 이 땅의 스타 소비 방식이 일본, 중국 등 인접국은 물론이고 서구권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드라마 한류의 터줏대감을 자처하는 한국 시청자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트렌드에 집착한다. 나쁘게 얘기하면 냄비근성이다. 쉬 뜨거워지고 쉬 차가워진다. '태양의 후예' 유시진 대위에게 환호한 게 엊그제 일인데 그새 '구르미' 이영 세자가 온 천하를 휘어잡고 있다. 이제부터 다음 주자가 등장할 때까지, CF 세상의 주인공 자리는 박보검이 차지하게 될 배경이다. 송중기도 그렇게 시작했고 바통을 박보검에거 건네줄 채비를 하고 있다.

송중기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시크릿 가든' 현빈이나 '꽃보다 남자' 이민호나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이 그랬다. 한국의 톱스타들은 시대를 풍미하기 보다 드라마의 인기 정점부터 길게는 6개월, 짧게는 3개월 정도의 화끈한 인기를 만끽한다. 그 열기가 일본에서는 십 수년 동안 계속되고('겨울연가' 배용준, '올인' 이병헌 처럼) 중국은 한국과 일본의 중간 정도로 지속된다.
결국 대한민국 연예계에서는 특급 드라마 작가들이 먹이사슬의 최상부에 자리잡는다. 이른바 포식자, 프레데터다. 유시진 대위의 그 쿨하고 매력적인 모습, 한 마디 한 마디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대사들은 모두 김 작가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같은 김은숙 작가의 '시크릿 가든 김주원(현빈 분)이나 박지은 작가의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처럼. 이렇게 멋진 캐릭터가 현빈, 김수현, 송중기에게서 희석될 때 거품은 빠지기 마련이고 배우들은 새로운 마법 캐릭터를 만나기 위해 몇몇 특급 작가들 앞에 줄을 선다. 
'배우의 인기는 잠깐이지만 작가는 영원하리니...' 드라마 PD들이 성경 구절마냥 외우는 이 한 마디가 이런 배경에서 태어났다./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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