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까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팬들로부터 엄청난 박수를 받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8경기를 전승과 무실점으로 마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9월에 치른 2경기 후의 반응은 달랐다. 패배 없이 1승 1무를 기록했지만 축구팬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1승 1무의 결과는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만족할 결과도 아니다. 1무의 상대인 시리아가 바로 전 상대인 우즈베키스탄에 0-1로 패배했다는 점, 그리고 시리아가 내전으로 정상적인 준비가 되지 않은 팀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시리아는 추후 홈경기 개최 여부가 불확실해서 다른 팀들에 몰수패를 당할 수 있어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내용도 좋다고 할 수 없다. 중국과 1차전에서 한국은 3-0으로 이기다가 후반 중반 이후 급격하게 무너지며 3-2까지 추격을 당했다. 패배를 모면하기는 했지만 승리에도 찝찝함을 남겼다. 오히려 패배를 했지만 추격에 성공한 중국이 자신감을 갖게 됐다. 중국은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아시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높은 이란과 0-0으로 비겼다.
패배만 없을 뿐 결과와 내용 모두 놓쳤다고 할 수 있다. 내심 2연승을 바란 것이 아니라 2연승을 했어야 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2연승에 자신이 있었다. 23명의 엔트리를 모두 채우지 않고 단 20명의 엔트리로 이번 1~2차전을 준비한 것이 그 증거다. 2차예선을 전승과 무실점으로 마친 만큼 그럴 수 있었다.
그러나 최종예선은 2차예선과 수준부터 달랐다. 월드컵 본선행 티켓이 눈앞으로 다가온 만큼 모든 팀들이 경기에 최선을 다했다. 중국은 한국과 이란전을 위해 자국 내 리그 일정도 변경해서 대표팀 선수들이 오랜 시간 합숙 훈련을 소화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은 엔트리도 모두 채우지 않았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시리아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2년 동안 축구팬들로부터 박수를 받은 건 그의 선택을 결과로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종예선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는 지난 2년과 달랐다. 역대 월드컵 최종예선에 임했던 감독들이 모두 보였던 불안함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비판은 피할 수가 없게 됐다.
하지만 최종예선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 두 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변화를 줄 시간은 충분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2차예선과 지금의 최종예선이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껴야 한다. 그래야 3차전과 4차전이 열리는 다음달까지 1~2차전의 아쉬움을 만회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러지 않고 지난 2년의 기쁨만 쫓는다면 1~2차전의 아쉬움은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