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로 나오는 것, 부담은 크게 없어
등판 타이밍 알게 되면서 준비하는 데 도움
마무리로 보직이 변경된 뒤 오승환(34,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은 동료들의 신뢰였다.
오승환은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까지 이번 시즌 68경기에서 70⅓이닝을 던지며 4승 3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1.79로 호투하고 있다. 특히 WHIP이 0.896이고, 탈삼진(93개)은 벌써 100개에 육박했다. 마무리로 돌아선 뒤에도 흔들리지 않는 피칭이 이어지고 있다.
‘돌부처’라는 별명답게 자리가 바뀌었다고 해서 부담이 가중되지는 않았다. 7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서 열리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오승환은 마무리로 바뀐 뒤 좀 더 부담을 느낀 것은 없냐는 질문에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시즌 초부터 워낙 집중해서 던졌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마무리라고 해서 더 많이 긴장되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처음이다 보니 마무리가 아니었을 때도 항상 신중하게 던져야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시즌 개막전에서는 스스로도 긴장했다고 말했을 만큼 오승환은 4월부터 신중하게 투구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좀 더 책임감이 막중해졌지만, 반대로 편해진 것도 있다. 언제 나갈지를 알게 되면서 편안해진 부분은 없냐고 묻자 오승환은 “물론 언제 나가게 되는지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게 되면서 몸을 푸는 것이나 준비하는 부분에는 많이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불펜에서 가장 중요한 몫을 맡게 됐고, 거기서 좋은 모습을 보인 결과 이제는 모두에게 신뢰를 얻는 마무리가 됐다. 오승환은 “무엇보다 감독님이나 코칭스태프, 동료 선수들이 믿어주는 게 가장 좋다. 특히 같이 뛰는 선수들이 믿어주는 것이 제일 기분 좋은 점이다. 마무리투수가 올라갔을 때 동료들이 불안함을 느껴서는 안 된다”며 마무리 보직이 가져다준 가장 큰 기쁨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세인트루이스는 매년 스타급 선수들을 잃으면서도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유지한 팀이다. 올해는 트레버 로젠탈이 부진과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마무리 공백이 생겼지만, 아시아에서 온 새로운 불펜투수가 빈자리를 메워줬다. 지금의 기세라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오승환은 위급한 상황이 오면 중용될 수 있다. /nick@osen.co.kr
[사진] 피츠버그=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