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레터] '혼술남녀', 우리가 혼술을 하는 이유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6.09.07 06: 53

 '혼술'(혼자 마시는 술)은 트렌드다.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는 이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작품. 노량진의 학원가가 주요 배경이고, 강사들과 공시생들이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누군가를 특정하지 않는다. 그저 작금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일면을 담을 뿐이다.
바랐던 꿈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얻고자, 고시 준비에 뛰어든 이가 무려 30만명에 육박하는 기형적 사회다. 3포에서 7포(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 꿈, 희망 포기)로 더 곤두박질 치는데도 '아프니깐 청춘이다'고 어줍잖은 위로를 건네며 뿌듯해하는 어른들이 즐비한 살벌한 곳이기도 하다.
드라마 '혼술남녀' 속 인물을 다양하다. '고쓰(고퀄리티 쓰레기)'라 불리는 스타강사 진정석(하석진), 강사계의 미생 '노그래' 박하나(박하선), 3년차 '금수저 공시생' 기범(키), 짠내나는 '흙수저 공시생' 동영(김동영), 이제 막 공시에 뛰어드는 공명(공명) 등. 다종다양한 인물들은 각각의 이유로 술잔을 홀로 기울인다. 여기에는 자발적 '혼술족'도 있지만, 비자발적 '혼술족'도 존재한다.

지난 5일과 6일 방송된 '혼술남녀' 1, 2회에서는 방송말미 내레이션을 통해 혼술의 이유들이 열거됐다. 특히 2회에서 박하나가 '진심으로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한잔의 술이 더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말은 격한 공감대를 형성해, 듣는 이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누군가를 만나 술을 마시는 일이, 즐겁고 편안한 힐링의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를 소비하는 힘겨운 '일'이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겹겹이 쌓이는 마음속 고충을 술잔의 부딪힘으로 나누어 덜어내는 것보다, 홀로 삭히는 게 더 나아진 시대다. 그러니 오늘도, '혼술남녀'는 혼자 술을 따른다. / gato@osen.co.kr
[사진]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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