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WBC를 향한 본격적인 발걸음이 시작됐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5일 김인식 감독을 WBC 사령탑으로 선임, 김 감독은 앞으로 최강전력을 목표로 선수단을 구성한다. 9월 이내로 1차 엔트리 60인이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최종 28명(2013 WBC 기준) 명단을 예상하고 작성해봤다.
▲ 포수: 강민호 양의지
가장 고민이 적은 포지션이 포수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부터 대표팀에 참가한 강민호는 한국야구를 대표하고 있다. 올 시즌도 타율 3할2푼1리 17홈런 59타점 OPS 0.981로 맹활약 중이다. 비록 현재 부상으로 남은 시즌 포수 출장이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WBC는 내년 3월에 열린다. 한국은 10년 동안 대표팀을 이끈 강민호의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표팀의 두 번째 포수 역시 명확하다. 지난해 프리미어12부터 태극마크를 단 양의지는 올 시즌 부상 속에서도 타율 2할9푼2리 18홈런 56타점 OPS 0.902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선 양의지의 수비력과 볼배합이 강민호보다 절대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다. 강민호와 양의지 모두 몸 상태에 이상만 없다면, 대표팀 포수 2자리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 1루수: 이대호 박병호
이대호 또한 강민호와 마찬가지로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대표팀을 이끈 한국야구의 얼굴이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진출, 후반기 들어 슬럼프를 겪고 마이너리그에 내려갔으나 빠르게 페이스를 찾았다. 8월 28일 빅리그 복귀 후 8경기서 타율 3할9푼3리 6타점 OPS 0.842로 전반기의 활약을 재현 중이다. 무엇보다 이대호는 가장 먼저 대표팀 참가의사를 전했다. 이대호는 이승엽에게 붙었던 ‘국민타자’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기량만 놓고 보면 대표팀 1루수 자리에는 박병호가 이대호와 함께 해야한다. 그런데 박병호는 8월 26일 오른 손목 수술을 받으며 일찍이 올 시즌을 마쳤다. 현재 재활 중인데 WBC까지 시간은 충분하다. 변수는 미네소타 구단과 박병호의 상황이다. 미네소타 구단은 지난해 겨울 박병호와 4년 계약을 체결했고, 박병호는 계약 첫 해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쳤다. 그만큼 미네소타 구단과 박병호 모두에게 WBC 출장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박병호의 WBC 출장이 불가능할 경우, 김태균이 대안이다. 비록 올 시즌 1루수 출장횟수는 적지만, 타석에서 보여주는 활약은 물론, 국제무대 경험도 풍부하다. 실제로 김태균은 2009 WBC에서 한국타선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올 시즌 역시 타율 3할6푼 16홈런 115타점 OPS 1.012로 괴력을 발휘 중이다.
▲ 2루수: 정근우 서건창
정근우는 금메달 신화를 이룬 2008 베이징 올림픽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표팀의 분위기 메이커이자 리더십까지 갖춘, 그라운드 안팎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올 시즌 타율 3할2리 15홈런 21도루 76타점 99득점 OPS 0.816을 기록하며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팀 캐미스트리는 물론, 공수주 모든 부분에서도 대표팀에 보탬이 될 것이다.
서건창은 아직 대표팀 경험이 없으나, 정근우의 후계자로 가장 적합하다. 올 시즌 타율 3할1푼7리 6홈런 23도루 60타점 95득점 OPS 0.841로 홈런을 제외하면 정근우와 큰 차이가 없는 성적을 올리는 중이다. 올 시즌부터 소속팀 넥센의 주장을 맡아 팀이 상위권을 순항하는 데에도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박경수도 2루수 후보자로 꼽힐만 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KBO리그 최정상급 2루수로 활약 중이다. 홈런 18개 OPS 0.930으로 이 부문에서 올 시즌 2루수 중 가장 높은 숫자를 찍고 있다. 2루수 골든글러브 수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WBC와 같은 단기전에선 대수비·대주자 역할이 중요하다. 각 포지션별로 최고의 타력을 지닌 선수들이 모이는 만큼, 박경수의 장타력보다는 서건창의 컨택능력과 주력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3루수: 강정호 박석민
정상 컨디션의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서도 알아주는 클러치히터다. 올해 부침을 겪었으나, 무릎 상태가 호전 중임을 감안하면 WBC에선 보다 나은 컨디션으로 참가할 수 있다. 강정호가 클린업 한 자리를 맡아줘야 최강 전력 구축도 가능하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진출 이전에도 국제대회에 나가면 중요한 순간마다 홈런을 터뜨리곤 했다.
대표팀이 공격력 극대화를 바라본다면, 강정호를 유격수로 기용하는 게 답일 수 있다. 하지만 강정호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번도 유격수로 나서지 않았다. 피츠버그 구단은 이미 지난겨울부터 향후 3년 동안 강정호에게 3루를 맡기기로 계획했다. KBO리그에선 유격수였던 강정호지만, 소속팀 포지션에 집중하게 하는 게 대표팀과 선수 모두에 좋게 작용할 듯하다.
올 시즌 KBO리그는 3루수 포화 현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빼어난 3루수가 많다. 때문에 3루수를 단 한 명만 뽑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리 타고투저 현상이 심하다고 해도, OPS 0.900이 넘는 토종 3루수만 5명(최정 박석민 황재균 이범호 송광민)에 달한다. 6일 기준으로 5명 중 홈런수와 장타율에선 최정이 가장 뛰어나다. 하지만 꾸준함과 정교함을 감안하면 박석민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미 20-20을 달성한 황재균도 2014 아시안 게임, 지난해 프리미어12에 이어 3년 연속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있다. 최정 박석민 황재균 중 부상 없고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를 뽑는 게 답일지도 모른다.
▲ 유격수: 김하성 김재호
타격 성적만 보면 김하성과 오지환이 2파전을 벌이고 있다. 각각 18홈런과 17홈런을 기록하며 20홈런 유격수 타이틀이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특히 김하성은 이미 도루 24개로 지난해 홈런 하나가 모자라서 놓쳤던 20-20 달성이 유력하다. 오지환 역시 상당한 주력을 자랑한다. 김하성과 오지환 모두 대주자로도 가치가 높다.
둘 다 에러숫자는 많지만, 그렇다고 수비범위와 송구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둘 중 누가 대표팀에 뽑혀도 수긍할 수 있다. 그런데 오지환은 무릎 부상을 안고 시즌을 치르고 있다. 게다가 올 시즌 후 군에 입대할 예정이다. 오지환에게 다가오는 겨울은 대표팀 출장보다는 무릎 회복에 집중하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유격수 포지션에서 가장 중요한 게 수비임을 생각하면, 리그에서 가장 안정된 수비력을 자랑하는 김재호도 대표팀에 뽑아야 한다. 올 시즌 김재호는 KBO리그 유격수 중 가장 적은 7개의 실책을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김재호는 2루수와 3루수까지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대표팀이 수비 위주의 라인업을 가동할 때 김재호의 존재는 천군만마가 될 것이다.
▲ 외야수: 추신수 김현수 최형우 나성범 이용규 민병헌
정상에 도전하는 만큼, 메이저리그 투수 공략은 필수다. 때문에 이미 메이저리그 투수를 경험한 추신수와 김현수의 타격이 상위 라운드에서 절대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추신수와 김현수는 태극마크를 달고 특급활약을 펼친 커리어가 있다. 추신수의 경우 현재 부상으로 출장하지 못하고 있지만, 포스트시즌 출장을 목표로 재활 중이다. 재활이 잘 마무리된다면 WBC까지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국제무대 경험이 부족할지는 몰라도, 최형우 역시 타격 기술만 놓고 보면 한국 좌타자 중 정상급이다.
좌타자에 치중되는 면이 크지만, 나성범은 향후 대표팀에서 추신수 김현수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WBC 무대서 세계 최고 선수들과 맞붙는 것만으로도 기량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이용규는 넓은 수비 범위와 테이블세터 구성, 그리고 대표팀의 스피드 향상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공수주 3박자를 갖춘 민병헌은 좌타자로 편중된 외야진에 조금이나마 균형을 가져온다. 나성범 이용규 민병헌은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대수비와 대주자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선발투수: 양현종 김광현 장원준 류제국 신재영
최상의 시나리오는 정상 컨디션의 류현진이 다시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김인식 감독 역시 류현진의 WBC 출장은 기대하지 않고 있다. 류현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WBC보다는 2017시즌 LA 다저스 선발투수로 꾸준히 등판하는 일이다.
류현진이 참가하지 않더라도 선발진 좌투수 편중 현상은 피할 수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윤석민 정도를 제외하면 대표팀 선발진은 좌투수들이 이끌었다. 올해 KBO리그 성적을 놓고 봐도 양현종 김광현 장원준 셋이 탑클래스에 자리 중이다. 최강 마운드 구축을 위해선 셋 다 선발진에 포함돼야 한다.
고민거리는 역시 우투수다. 규정이닝을 소화한 우투수가 류제국 윤성환 박세웅 3명에 불과할 정도로 수준급 우완 선발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일단 류제국과 윤성환은 이미 두 자릿수 승을 올렸다. 둘 중 구위는 류제국, 제구력과 꾸준함은 윤성환이 앞선다.
그런데 류제국은 미국 시절 외국인타자를 상대한 경험이 풍부하다. 상위 라운드로 올라갈 경우, 미국 야구장 적응도 수월할 것이다. 김인식 감독은 “최근 류제국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타자들을 쉽게 요리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다. 이런 선수들이 경험 없이 볼만 빠른 선수보다는 낫지 않겠나 평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재영은 신인급이지만 올 시즌 사이드암투수 중 가장 빼어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팀은 지금까지 미국이나 남미 국가와 경기에서 사이드암투수를 통해 재미를 봤다. 신재영은 불펜으로도 활용 가능, 쏠쏠하게 쓰일 수 있다.
▲ 불펜진: 오승환 김세현 정우람 손승락 차우찬 임정우 심창민
김인식 감독은 “솔직히 감독이 되고 나니까 오승환은 더욱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 오승환은 본인이 나라를 위해 봉사를 하겠다고 한다면 뽑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재차 오승환이 마무리투수로 나서기를 바랐다.
물론 KBO리그 징계 중인 오승환을 뽑는 게 모순이긴 하다. 하지만 구위와 기량, 커리어 모두를 놓고 봤을 때 오승환을 대신할 마무리투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김 감독이 오승환의 목을 매는 것도 전혀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 올 시즌 KBO리그는 타고투저로 인해 어느 때보다 마무리투수들이 고전하고 있다. 세이브 부문 상위권에 자리한 투수들을 몽땅 넣어도 오승환 한 명보다 존재감이 약해보이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마무리투수도 많지 않다. 오승환이 합류하지 못한다면, 경험이 많은 임창용을 대안으로 선택해야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단 오승환이 참가한다고 가정하고, 다양한 유형의 불펜진을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KBO리그에서 가장 구위가 뛰어난 마무리투수인 김세현과 가장 제구력이 좋은 정우람에게 7회와 8회를 맡긴다. 그리고 롱릴리프가 필요할 때를 감안해 차우찬과 임정우을 선택했다. 사이드암 투수이자 구위가 뛰어난 심창민도 서양 국가와 대결에선 큰 힘을 발휘할 유형으로 봤다. 손승락은 후반기 부진하지만, 경험을 감안해 선택했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