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올 선수는 올라온다. SK 간판 최정(29)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FA 몸값을 못한다”라는 말을 들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3루수 출신 세 번째 40홈런-100타점을 조준하고 있다. 최정도 유종의 미를 다짐하고 있다.
최정은 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팀의 2타점을 모두 책임지며 시즌 86번째 타점을 쌓았다. 전반기 극심하게도 저조한 득점권 타율에 고민했던 최정이지만, 후반기에는 상황이 다르다. 후반기만 놓고 보면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다. 제 자리를 찾는 것에 대해 최정은 “그래도 좋지 않았던 시기를 잘 이겨낸 것 같아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최정은 6일까지 35개의 홈런과 88개의 타점을 기록 중이다. 현재 추세로 남은 경기에 모두 출장한다고 가정했을 때, 최정의 성적은 소수점 반올림을 해 딱 40홈런-100타점 페이스다. 후반기 타격감이 훨씬 더 좋다는 점, 몰아치기 능력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40홈런-100타점도 결코 꿈은 아닌 시점에 이르렀다.
역대 3루수 40홈런-100타점 동반 달성은 두 차례 있었다. 2002년 호세 페르난데스(당시 SK)가 45홈런-107타점을 기록한 것이 처음이었다. 당시 페르난데스는 132경기에 나섰다. 이후 한동안 나오지 않다가 2010년 타격 7관왕의 대업을 달성한 이대호(당시 롯데·현 시애틀)가 44홈런-133타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3루수는 전통적으로 수비보다는 공격에 좀 더 무게감이 있는 포지션임에도 이 기록은 쉽게 달성자를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리그에 좋은 3루수가 많은 시대지만, 올해는 최정이 유일하게 이 기록에 도전하는 모양새가 됐다.
최정도 현재 자신의 기록을 알고 있다. 최정은 “당초 올 시즌 목표는 30홈런이었다. 그런데 경기에 계속 꾸준하게 나가다보니 기록이 따라오는 느낌을 받는다”라면서 “40홈런이나 100타점에 대해 의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홈런이나 타점 기록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홈런 스윙을 한다든지, 득점권에서 욕심을 내는 타격은 하지 않는다. ”라고 강조했다.
현재 페이스를 그대로 이어가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다. 최정은 “시즌 초반에 득점권에서 안 좋은 모습이 많았다. 어쩌면 초·중반보다는 요즘 마음이 편해졌다”라면서 “어차피 나는 클러치 히터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찬스 메이커와 비슷했다. 계속 똑같이 하겠다. 욕심을 내지 않고 기록이 따라오면 그게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싶다”라고 평정심을 강조했다.
이미 홈런과 타점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한 최정이다. 최정의 종전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2013년 28홈런, 최다 타점 기록은 2012년 84타점이었다. 예전과 크게 달라진 몸 상태를 느끼지는 못한다는 최정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리그 역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 위한 마지막 도전을 시작했다. 만약 그렇다면 SK도 가을 무대를 밟을 가능성이 높아짐은 물론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