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리뷰]김준수의, 김준수를 위한, 김준수에 의한 '도리안 그레이'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6.09.07 08: 10

"부담감 책임감 중압감 크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데뷔해 솔로 아티스트를 넘어 '믿고 보는' 뮤지컬 배우로 성장한 이가 여기 있다. JYJ 멤버 김준수가 주인공. 그동안 '드라큘라', '데스노트', '디셈버', '엘리자벳', '모차르트!', '천국의 눈물'을 통해 독보적인 이름값을 해낸 그가 이번에 선택한 작품은 '도리안 그레이'다. 
'도리안 그레이'는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새롭게 각색한 창작 뮤지컬이다. 영국의 귀족 청년 도리안 그레이가 영원한 아름다움을 향한 탐욕 때문에 자신의 초상화와 영혼을 맞바꾸며 벌어지는 비극을 다룬다. 

지난 3일 개막한 이 작품은 그야말로 김준수의, 김준수를 위한, 김준수에 의한 뮤지컬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남자이자 탐욕의 끝을 보여주는 청년 도리안을 김준수는 마치 제 옷을 입은 것처럼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무대 위 도리안은 김준수 그 자체다. 
◆김준수니까 가능한 고음과 댄스
'도리안 그레이'의 특징은 묵직한 스토리를 배우들의 강렬한 안무로 풀어내 고차원적인 시각효과를 꿰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지나 연출의 노림수. 아이돌 출신인 김준수가 타이틀롤을 맡은 만큼 현대무용을 비롯한 고난도의 군무가 무대를 장악한다.  
폭발할 것 같은 고음 역시 김준수의 몫이다. 개막 전 프리뷰 공연에서 '도리안 그레이'의 넘버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던 바. 김준수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절규하는 듯한 파워 고음이 극이 가진 무게감을 더한다. 타락해가는 도리안의 변화에 맞게 점차 거칠어지는 김준수의 노래는 듣는 이들에게 진한 여운을 안긴다. 
몰아치는 안무와 감성에 따라 변하는 창법은 관객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여기에 체코 로케이션으로 촬영한 실사 영상이 배우들의 라이브 연기와 맞물려 신선한 느낌을 안긴다. 김준수의 애절한 뮤직비디오 한 편을 보는 듯한 영상미도 일품이다. 
◆몰입에 몰입을 더하는 열연
김준수가 맡은 도리안은 누구나 반할 만한 매력을 품은 '꽃보다 아름다운 남자'다. 배질(최재웅 분)은 그의 초상화를 그리며 더욱 매료되고, 위험한 인물인 헨리(박은태 분)는 도리안에게 영원한 젊음의 가치를 역설하며 초상화에게 영혼을 팔고 불멸의 미를 얻도록 꾀어낸다. 
결국 자신의 영혼과 영원한 아름다움을 맞바꾼 도리안은 점차 타락해져간다. 헨리의 달콤한 유혹으로 탐미주의, 퇴폐주의에 빠져들었고 사랑하는 여인까지 버릴 정도로 악해진다. 양심을 저버린 도리안이 괴물이 될수록 초상화 속 영혼 역시 기묘하게 변하며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김준수는 피를 토하는 듯한 열연으로 관객들을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맑고 순수했던 도리안이 이성을 잃어갈 땐 무대 위 괴물로 변했고, 초상화에 대해 추궁하는 배질을 유혹하고자 할 땐 꽃뱀을 능가하는 요염한 매력이 돋보였다. 
공연 말미에 갈수록 김준수는 더욱 '흑화'됐다. 마침내 모든 상황이 비극으로 끝맺은 됐을 때 무대 위에서 절규하며 오열하는 김준수를 보며 객석은 숨죽였다. 한 인간이 어리석은 탐욕 때문에 파멸해 가는 과정을 김준수 한 인물로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증명해 낸 이름값
김준수는 6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운이 좋은 건지 타이틀롤을 맡고서 잘 된 작품이 몇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부담감 책임감 중압감을 갖고 무대에 오른다. 창작 뮤지컬이라 자유로우면서 홀가분한 부분도 있지만 베이스가 없으니 어렵더라"고 속내를 밝혔다. 
김준수는 2010년 '더 뮤지컬 어워즈' 남자 신인상을 시작으로 매회 뮤지컬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휩쓸었다. 그가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작품들은 매진 행렬을 이끌었고 관객들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다. 
그런 그가 창작 뮤지컬의 주인공으로서 다시 한번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부담감 책임감 중압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미친 남자' 도리안만 무대 위에 올라 있다. 단언컨대 '도리안 그레이'는 뮤지컬 배우 김준수에게 '인생작'이 분명하다. /comet568@osen.co.kr
[사진] 씨제스컬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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