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승부처] ‘최고 증명’ 김강민, 실수 갚은 명품 수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9.06 21: 17

김강민(34·SK)은 지난 8월 31일 광주 KIA전에서 속 쓰린 하루를 보냈다. 1회 수비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1-0으로 앞선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주찬의 타구가 좌중간에 떴는데 이를 놓쳤다.
바람이 많이 부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리그 최고의 중견수 수비를 자랑하는 김강민이라면 능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이 김용희 SK 감독도 곧바로 김강민을 교체했다. 보기 쉽지는 않은 문책성 교체였다. 결국 이 기록되지 않은 실책 하나는 2실점으로 이어지며 경기를 그르치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김 감독은 다음 날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 정도면 잡아줘야 하는 타구”라고 말했다.
그런 김강민이 호수비로 빚을 갚았다. 공교롭게도 상대도 KIA, 마운드에 서 있는 동료 선발투수도 메릴 켈리로 같았다. 그리고 또 1회였다. 이번에는 당시보다 훨씬 더 어려운 타구를 건져내며 켈리를 든든하게 지원했다. 이날 2-0 승리의 주춧돌이었다.

1회 1사 1루 상황이었다. 김주찬의 타구가 중견수 방향으로 크게 떴다. 김강민이 전력으로 쫓아가도 제대로 된 자세에서는 잡기 어려운 타구였다. 1루 주자 안치홍도 중견수 키를 넘길 것을 확실하고 2루를 돌았다. 하지만 김강민의 집중력은 살아있었다. 공에서 시선을 놓지 않은 김강민은 머리 위를 넘어간 타구를 감각적으로 잡아냈다. 말이야 쉽지, 글러브를 대는 위치가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적시타였다.
공을 잡은 김강민은 강견을 자랑하며 커트맨인 2루수 김성현에게 송구했고, 역시 강한 어깨를 가진 김성현이 1루로 강하게 송구해 안치홍을 잡아냈다. 안치홍도 공이 잡히는 것을 보고 지체없이 2루를 다시 밟아 1루로 귀루했으나 송구가 조금 더 빨랐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켈리는 덕아웃 앞에서 김강민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어쩌면 당시 가졌던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호수비였다.
공격에서도 활약했다. 이날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한 KIA 선발 헥터를 상대로 멀티히트를 쳐냈다. 3회 좌전안타를 때렸으나 고메즈의 병살타 때 2루에서 아웃된 김강민은 0-0으로 맞선 6회 선두타자로 나서 투수 키를 넘기는 2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쳐냈다. 상대 2루수 안치홍이 군더더기 없는 수비 동작으로 1루에 던졌으나 전력질주한 김강민의 발이 좀 더 빨랐다.
이는 고메즈의 내야안타, 김재현의 번트안타로 이어졌고 김강민은 최정의 희생플라이 때 선취점을 올렸다. 1-0의 살얼음 리드가 이어진 8회 무사 1루에서는 어려운 자세에서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주자를 2루로 보내는 데 성공하는 등 만점 활약을 펼쳤다.
마지막까지도 활약했다. 2-0으로 앞선 9회 1사 1,2루에서 이범호의 중견수 방면 타구를 펜스를 등지고 잡아내는 호수비로 팀의 리드를 든든하게 지켰다. 왜 김강민이 중견수 최고 수비로 평가받는지를 증명한 한 판이기도 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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