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자' 명절에는 위인 또는 성룡..흥행 공식 뭐지? [추석에 뭐볼까③]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9.06 14: 45

실존 인물을 다루는 영화는 흥행 면에 있어서 장단점이 매우 뚜렷하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대중에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고, 역사적 기록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 아우라에 잡아 먹히지 않아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 같은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극복한 대표적 케이스가 영화 ‘명량’이다. 성웅 이순신 장군이 지휘한 명량대첩을 다룬 이 작품은 단순히 위인의 일대기를 그리기 보다는 하나의 해전에 집중하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 결과 ‘명량’은 누적관객수 1760만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범접할 수 없는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위인은 아니지만 역사 속 인물인 덕혜옹주를 다룬 ‘덕혜옹주’ 역시 감성적인 서사로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올해 추석 극장가에도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다룬 굵직한 작품들이 등장해 예비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도꾼 김정호의 삶을 그린 ‘고산자 : 대동여지도’(이하 고산자)와 의열단의 활약을 첩보물의 형식으로 풀어낸 ‘밀정’ 등이다.

이 가운데서도 ‘고산자’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위인이라는 사실 말고는 역사적 기록조차 미비한 김정호의 삶을 극화해 주목받고 있다. 강우석 감독과 배우 차승원의 만남 역시 눈길을 끈다.
‘고산자’가 여타 실존 인물의 삶을 다룬 영화의 흥행 공식을 따라갈 것으로 기대되는 지점들이 여럿 존재한다. 먼저 탄탄한 원작이 있다는 점이 그렇다. ‘명량’은 박은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개봉 전 영화를 다시 소설로 옮겨 출간할 정도로 밀도 있는 서사를 자랑한다. ‘덕혜옹주’ 역시 권비영 작가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한 편의 완결된 이야기가 각본의 기저에 깔려있었기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도 함께 올라갈 수 있었던 대표적 케이스다.
‘고산자’의 뒤에는 ‘은교’의 박범신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이 있었다. ‘고산자’를 연출한 강우석 감독이 이를 접한 후 김정호의 위대함에 주저하다가도 끝내 영화화를 결심할 만큼 매력적인 이야기다. 여기에 강 감독만의 완벽주의가 결합해 인간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영상이 탄생할 수 있었다.
또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의 인간적인 모습과 역사 속 사건들을 적절히 안배했다는 것도 ‘명량’이나 ‘덕혜옹주’와 닮았다. 대개 책이나 다큐멘터리로만 개괄적으로 접했을 역사와 인물들에게 드라마를 입혀 매력을 더했다. 이를 보다 극적으로 살려내기 위해 제작진부터 출연진까지 피나는 공부를 했다는 점도 같다.
‘명량’에 무려 61분의 해상 전투 장면이, ‘덕혜옹주’에 살 떨리는 총격전이 있다면 ‘고산자’에는 CG를 방불케하는 조선 팔도의 미려한 풍광이 존재한다. 볼거리도 빼놓지 않았다는 소리다. 여기에 ‘인생 연기’라 불러도 좋을 각 배우들의 호연이 작품을 빛냈다는 사실도 흥행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해당 작품들은 오롯이 연기의 힘만으로도 관객들을 극장에 초대할 수 있는 매력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제대로는 모르고 있는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겨낸 ‘고산자’에는 분명한 흥행 공식의 요소들이 목격된다. 수많은 장점에 하나를 더 보태자면, 가족과 함께 보기에도 무리가 없을 만큼 세대를 아우르는 유머와 감동도 존재한다. ‘고산자’가 위인을 다룬 작품들의 대박 신화를 계승하며 추석 극장가를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고산자 : 대동여지도’·‘명량’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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