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에서 존재감, 팀 핵심 전력 발돋움
도약 발판 마련, 내년에는 더 큰 기대치
지난해까지 SK의 약점은 주전과 비주전 선수들의 실력차가 크다는 것이었다. 왕조 시절을 경험한 베테랑 선수들은 나름대로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뒤를 받칠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더뎠던 탓이다.
그런데 올해는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주전급 선수들 이상의 맹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눈에 띄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그 사이에 끼어 있다고 할 수 있는 외야수 김재현(29)과 포수 김민식(27)은 이제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 잡았다. 확고한 주전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1군 로스터에서 롱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의미 있는 한 해다.
김재현은 올 시즌 SK의 숨은 구세주다. 개막 리드오프로 점찍었던 이명기는 미스터리한 부진에 빠져 있다. 조동화 박재상은 부진 및 부상으로 한 시즌을 고전하고 있다. 외야 한 자리가 텅 빌 위기였다. 그러나 김재현의 맹활약에 그 공백은 최소화됐다. 84경기에서 타율 3할1푼9리, 18타점, 11도루를 기록하며 활약했다. 주전 이상의 공헌도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SK 외야의 소방수였다.
김민식은 주전 포수 이재원과 함께 팀의 안방을 지키고 있다. 이재원의 크고 작은 부상 당시 주전으로 나서 역시 공백을 잘 메웠다. 시즌 초반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타격 재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후반기는 상황이 다르다. 27경기에서 타율 3할1푼3리를 기록하며 이재원 못지않은 고감도 방망이를 뽐냈다. 수비력은 급성장했다. 모두가 위기라고 말할 때, 김민식의 가치는 환히 빛난 셈이다.
두 선수는 올 시즌 전까지 팀 내 입지가 그렇게 단단하지 않았다. 김재현은 대주자·대수비 요원으로 경기에 나섰다. 연차에 비해 아쉬운 성적이었다. 올해 개막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시련을 겪었다. 김민식은 입단 후 조인성 정상호 이재원이라는 벽에 가려 지난해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1군에서는 지난해 23경기에 뛴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김재현은 팀 내 외야수들의 부진, 김민식은 정상호의 이적으로 생긴 공백을 잘 잡았다.
긴장의 끈은 여전히 팽팽하다. 김재현은 자신을 한 경기라도 못하면 언제든지 2군으로 내려갈 수 있는 선수로 정의한다. 팀 내에서 가장 밝은 성격이지만 알게 모르게 받는 스트레스를 다 숨기기는 힘들다. 김민식은 개인 성적보다는 팀 성적이 항상 고민이다. 자신이 주전 포수로 나설 때 팀 성적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팀이 지면 모두 자신의 잘못 같아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그럴수록 분전을 다짐한다.
위기도, 고비도 있었지만 모두 이겨낸 두 선수는 사실상 풀타임 1군 선수로 2016년을 보내고 있다. 다행히 힘이 처지지는 않는다. 되레 막판으로 갈수록 좋아진다. 지난 주말 마산에서 열린 NC와의 2연전에서는 공·수에서 결정적인 몫을 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두 선수 모두 결정적인 안타를 치며 웃었다. 이처럼 올해의 경험은 두 선수의 도약에 근사한 발판이 될 것이다. 올해의 재발견은 내년의 기대감으로 이어지기 충분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