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 128일 만의 선발 등판
무너진 선발진에 구세주 될지 관심집중
궁여지책이 아닌, 묘수로 작용할 것인가.
선발진의 부상 이탈과 부진이 맞물린 LG 트윈스가 6일 잠실 넥센전에서 봉중근(36)의 선발 등판을 예고했다. 이로써 봉중근은 5월 1일 잠실 kt전 이후 처음으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 당초 계획은 2016시즌 시작부터 5선발투수였으나, 우여곡절 끝에 128일 만에 선발투수로 돌아왔다.
현재 LG는 벼랑 끝에 매달려 있다. 지난달 29일 빼어난 활약을 펼쳐온 데이비드 허프가 왼 손목 근육통으로 엔트리서 제외됐고, 류제국을 제외한 선발투수들이 전원 부진에 빠졌다. 지난주에 치른 6경기서 선발진 평균자책점 6.43을 기록하며 1승 5패, 순위도 6위로 내려앉았다. 5위 SK와 1.5경기 차이. 시즌 종료까지 22경기가 남은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매 경기가 결승전이다.
문제는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데에 있다. 오는 8일 돌아올 것으로 보였던 허프의 복귀시점이 불투명하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4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허프가 열흘 채우고 바로 돌아오는 것은 힘들다. 최근 투구를 하기는 했다. 하지만 허브 본인의 루틴이 있는데 거기에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LG는 지난달 31일 허프 대신 신인 유재유를 선발 등판시켰다. 그러나 유재유는 아웃카운트 단 1개만을 올리고 강판됐고, 엔트리서 제외되고 말았다.
결국 LG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선발투수 봉중근의 호투다. 봉중근은 지난 시즌 막바지 선발투수 복귀를 선언했으나 부상으로 2경기 선발 등판에 그쳤다. 2015시즌이 종료된 후 신예선수들이 참가하는 마무리캠프에 나서며 절치부심했고, 감량과 함께 올 시즌 풀타임 선발 등판을 바라봤다.
그런데 또다시 부상이 봉중근의 발목을 잡았다. 2월 오키나와 연습경기 등판을 앞두고 몸에 이상이 생겼다. 리그 최고의 5선발투수를 목표로 잡았지만, 몸이 따르지 않았다. 가장 최근 1군 선발 등판이었던 5월 1일 경기서도 3이닝 소화에 그쳤고, 다음날 엔트리서 제외됐다. LG는 봉중근 대신 이준형을 5선발로 낙점했고, 후반기에는 임찬규가 5선발투수로 나서는 중이다.
그래도 LG가 희망을 걸 수 있는 부분은 봉중근의 구위다. 봉중근은 최근 패스트볼 구속을 140km 중반대까지 끌어올렸다. 8월 21일부터 불펜진에 합류했고, 구속만 놓고 보면 2012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철벽 마무리 시절과 차이가 없다. 특유의 날카로운 로케이션만 돌아온다면, 대반전을 이룰지도 모른다.
물론 여전히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봉중근은 롱릴리프로 나선 경기서 이닝이 거듭될수록 구속이 떨어지고 제구도 흔들렸다. 그래도 LG로선 봉중근이 3, 4이닝만 소화하면서 3실점 이하만 해도 성공이다. 봉중근의 깜짝 선발 등판이 궁여지책이 아닌, 묘수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봉중근은 올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2007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봉중근은 선발투수와 마무리투수를 오가며 21세기 LG 투수 중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타면서 FA를 앞두고 최악의 상황과 마주했다. 2016시즌 마지막 한 달 동안 부활이 절실하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