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KBO리그 최초 2루수 1500안타 눈앞
2000안타+ 목표, 여전히 배고픈 최고 2루수
2루수는 유격수와 함께 내야 수비의 중심이다. 타격보다 수비에 비중을 두는 포지션으로 타격적으로 주목받는 선수가 얼마 없었다. 전성기 기간도 오래 가지 않았다.
1987년 삼성 김성래가 2루수 최초 홈런왕을 차지했지만 얼마 안 가 1루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1999년에는 롯데 박정태가 31경기 연속 안타를 쳤고, 2003~2004년에는 현대-삼성을 거친 박종호가 역대 최다 39경기 연속 안타로 기록을 썼다. 그러나 박정태는 만 35세, 박종호는 만 36세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이로 인해 KBO리그 역대 2루수 최다안타 기록은 만 40세 불혹의 나이까지 현역으로 활약한 안경현이 갖고 있다. 1992년 데뷔한 안경현은 1993년 이후 수비 집계상 3루수(683경기)·1루수(282경기)·유격수(105경기)로도 뛰었지만 2루수(773경기)로 가장 많이 뛰었다. 2010년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1483안타를 쳤다.
그 기록이 얼마 전 한화 정근우(34)가 깼다. 지난달 28일 문학 SK전에서 3안타를 몰아쳤고, 개인 통산 1484안타로 안경현을 뛰어넘은 것이다. 이후로도 안타 6개를 추가한 정근우는 5일까지 1490안타를 기록 중이다. 2루수로는 처음으로 1500안타도 가시권이다.
정근우는 "그런 기록이 있는 줄 몰랐다"며 "아직도 난 배고프다. 앞으로도 더 많은 안타를 쳐야 한다. 2000개 넘게 안타를 치고 싶다"며 "2루수 자리에서 10년 넘게 한 선수가 별로 없다. 이제는 2루수로서 쉽게 넘볼 수 없는 벽을 만들고 싶기도 하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미 정근우는 2루수로는 최다 343도루로 2위 김종국(254개)을 멀찍이 따돌렸고, 득점도 853점으로 박종호(761개)와 차이가 크다. 볼넷은 546개로 안경현(548개)에게 2개차로 따라붙었다. 홈런은 92개로 김성래(147개)-안경현(121개)-정경배(100개)에 이어 4위, 통산 타율(.301)은 3000타석 이상 선수 중에선 박정태(.296)를 넘어 1위.
대부분 2루수들이 30대를 넘어서며 하향세를 보인 반면 정근우는 30대 중반이 된 지금도 뜨겁다. 올 시즌 117경기 타율 2할9푼9리 148안타 15홈런 76타점 98득점 21도루 49볼넷 OPS .812를 기록 중이다. 홈런·타점은 이미 개인 최다기록을 새로 썼고, KBO 사상 첫 11년 연속 20도루 이상 기록을 세웠다. 폭넓은 2루 수비는 여전히 최고다.
정근우는 "처음 프로에선 3루수로 시작했다. 2006년에는 외야로 나갔다 시즌 중반 2루수로 뛰었다. 2007년 김성근 감독님이 오신 뒤 유격수로 시작했지만, 나주환이 온 다음 2루로 바꿨다. 2008년부터 계속 2루에서 뛰고 있다. 2루 포지션에 애정이 크다"고 말했다. 2005년 프로 첫 해 2루수(12경기)보다 3루수(35경기)로 많이 뛰며 방황했던 키 작은 내야수는 이제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거인 2루수로 자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