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최다승’ 유희관, 선발은 승리로 말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9.06 06: 06

유희관(30·두산)은 팬들이 꿈꾸는 전형적인 ‘판타지 스타’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지 모른다. 대다수 팬들은 강속구에 쾌감을 느끼지만, 유희관은 그런 유형의 투수와는 거리가 멀어서다. 그의 빠른 공은 140㎞ 아래다. “저 공을 왜 치지 못할까”라는 의문은 항상 유희관을 따라다닌다.
그러나 유희관은 그 누구보다도 꾸준하고, 그 누구보다도 강력한 투수다. 선발투수의 가장 큰 덕목인 ‘승리’를 살펴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 30경기에서 18승5패를 기록하며 토종 최다승 투수로 우뚝 선 유희관은 올해도 그 타이틀에 도전하고 있다. 8월 한 달 동안 5승을 쓸어담으며 월간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유희관은 9월 첫 등판이었던 4일 잠실 삼성전에서도 7⅓이닝 5실점으로 버틴 끝에 승리를 거뒀다.
두산 역사상 첫 2년 연속 15승 투수가 되는 순간이었다. 올 시즌 토종 선수로는 첫 15승 고지를 밟은 선수가 됐다. 특별한 부상 한 번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며 꾸준히 출전하고 있는 유희관은 166⅓이닝을 소화, 리그 전체 4위를 기록 중이기도 하다. 토종 선수로는 양현종(KIA·171⅓이닝)에 이어 2위다. 많이 던지면서, 많이 이겼다. 부인할 수 없는 최고의 선수다.

이런 꾸준함은 선발로 자리 잡은 뒤인 2013년 이후 꾸준히 이어졌다. 유희관은 아프지 않았고, 그렇다고 아주 긴 슬럼프도 없이 4년을 지내왔다. 그 꾸준함이 모인 결과, 유희관은 2013년 이후 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따낸 선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 내로라하는 토종 에이스들을 모두 제친 성과다.
유희관은 2013년 이후 4일까지 총 127경기(선발 104경기)에 출전, 678⅔이닝을 던지며 55승25패(구원승 2승)를 기록 중이다. 리그 최다승이다. 앤디 밴헤켄(넥센)과 윤성환(삼성)이 52승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팀 동료이자 그 4년 동안 ‘에이스’ 호칭을 받았던 더스틴 니퍼트(두산)가 50승으로 4위다. ‘토종 원투펀치’로 불리는 양현종(KIA·48승)과 김광현(SK·47승)보다 더 많은 승리를 따냈다.
최근 4년간 40승 이상을 따내려면 평균 10승이 필요하다. 한 해 반짝이 아닌, 꾸준한 실적이 필요하다. 큰 부상이라도 한 차례 있으면 확률은 더 떨어진다. 실제 40승 이상 토종 선수는 유희관 윤성환 양현종 김광현 뿐이다. 이닝 소화에서도 윤성환(696⅓이닝)에 이어 2위다.
물론 이 수치를 가지고 유희관을 ‘최고의 투수’라고 부르기는 여전히 어려울지 모른다. 상대적으로 강한 전력을 꾸준히 유지해왔던 두산을 소속팀으로 삼은 덕도 승수에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4년’이라는 좁지 않은 표본임을 고려하면 유희관의 가치는 환하게 빛난다. 선발은 구속이 아닌 승리로 말한다. 유희관은 승리로 자신의 가치를 말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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