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홈런을 칠 수 있는 공이었다. 치기 좋게 들어왔다”
최승준(28·SK)은 7월 20일 마산 NC전 타석을 회상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노리던 공이었고,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공은 빗맞았고 땅볼로 굴렀다. 병살타였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1루로 뛰던 도중 넘어졌고, 결국 무릎을 다쳤다. 최승준은 “무릎을 두 번이나 다쳐봤다. 예전 경험으로 봤을 때 타박상인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최승준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후방 인대 파열. 8~10주 정도 재활을 해야 한다는 소식이었다.
최승준은 “욕심을 낸 것이 부상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드디어 꽃피나 했던 야구인생도 멈췄다. 최승준은 올 시즌 64경기에서 타율 2할8푼4리, 19홈런을 기록하며 또 하나의 거포 탄생을 알렸다. 7월 리그 월간 최우수선수였다. 하지만 부상으로 그 상승세가 완전히 끊겼다. 최승준은 “꼭 6~7월 이맘때 다친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팀도 아쉬워하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7월의 상승세가 시즌 끝까지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르막·내리막이 모두 있을 것으로 봤다. 계속 뛰었다면 최소 그 내리막을 경험하면서 얻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나중의 발전 동력이 된다. 그래서 풀타임 출전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면서 “최승준은 그 기회를 놓쳤다. 내년도 19홈런 타자가 아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최승준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포기하지는 않는다. 최대한 빨리 재활을 해 1군에 돌아간다는 계획이다. 부상을 당한 뒤 8주 일정에 올인했다. 사실 재활 관계자들도 “8주는 최소한의 시간이다. 굉장히 빡빡한 일정이 될 것”이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최승준은 “내가 뛰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라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그 일정에 맞춰 준비 중”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대기 상태는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경과는 좋다. 야간까지 강화에 남아 성실히 훈련하고 있다. 최승준은 지난 8월 25일경부터 러닝 훈련에 들어갔다. 조깅 수준부터 시작, 차례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8월 말 받은 검진 결과도 아주 좋았다. 이에 9월부터는 티 배팅을 포함한 가벼운 기술 훈련도 병행하고 있다. 재활에 착착 진행된다면 9월 중순에는 복귀할 몸 상태를 갖출 전망이다.
관건은 타격감이다. 2달 이상을 쉰 선수가 바로 1군에 나서기는 어렵다. 팀 사정도 그런 여유가 없다. 그런데 이미 퓨처스리그 일정은 모두 끝났다. SK의 가장 큰 고민이다. 그러나 SK는 최대한 최승준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최승준이나 다른 선수들의 실전 감각 유지를 위해 타 팀 2군과 연습 경기 일정을 잡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최승준이 SK의 막판 지원군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