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5강 희망 버리지 않고 끝까지 총력전
김재영·김용주 등 젊은 선수들 기회는 줄어
"오늘 같이 던지면 내년에 좋아질 것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지난 2일 대전 LG전을 앞두고 신인 사이드암 투수 김재영(23) 이야기를 꺼냈다. 전날 9월 확대 엔트리에 맞춰 1군에 올라온 김재영은 2016년 2차 1번 전체 2순위 유망주 투수. 개막 두 번째 경기 선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1~2군을 오르내렸다.
하지만 김 감독은 2일 경기 전 김재영의 불펜 투구를 보곤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테스트를 해보기 위해 만져보니까 컨트롤이 좋아졌다. 올해 1년이 지났으니 내년이 시발점 아니겠나. 오늘 같이 던지면 내년에 좋아질 것이다"는 게 김 감독의 말이었다.
그러나 김재영은 1군 복귀 후 4경기 동안 한 번도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5강 진출을 위해 선발·구원·마무리 보직 구분 없이 마운드를 운용하는 한화는 지금 눈앞의 한 경기에 매달리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불확실한 선수보다 믿을 수 있는 선수만 쓰고 있다.
김재영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시즌 막판 군제대 후 등록돼 선발 2경기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한 좌완 김용주(25)도 시즌 초반 선발 기회 2차례를 살리지 못하며 1군보다 2군에 오래 머물렀다. 지난달 24일 1군에 다시 올라왔는데 김성근 감독은 "컨트롤이 좋아졌다"고 했다.
그러나 1군 등록 후 한화의 10경기에서 김용주는 3경기만 나왔다. 김성근 감독의 보직 파괴 선언 이후 김재영과 마찬가지로 4경기 째 휴업 중이다. 지난달 27일 문학 SK전에는 12-4로 리드한 8회 등판했으나 첫 타자 최정용에게 볼넷을 허용하자마자 심수창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한화는 4일 고척 넥센전 선발투수로 김재영과 김용주 대신 전날 구원 1이닝 17구를 던진 베테랑 이재우를 내세웠다. 두 투수를 얼마나 믿지 못하는 지 보여준다. 1군 엔트리에 있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쓰지 않는다. 건곤일척의 승부를 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젊은 투수들 입지는 좁아진다.
시즌 초반부터 투수들의 보직 구분이 모호했던 한화는 지난주부터 아예 대놓고 '도박야구'라고 선언했다. 김성근 감독의 도박은 쓰던 투수들의 위치만 바꿔놓는 식이다. 젊은 선수를 위한 도박은 없다. 투수뿐만 아니라 야수 쪽에서도 9월 확대 엔트리에 올라온 신인 외야수 이동훈은 대주자·대수비 교체로만 3경기 출장했을 뿐, 아직 타석에는 한 번도 못 서봤다.
3위를 하고 있는 넥센은 투수 박주현·최원태, 외야수 김민준 등 가능성 큰 젊은 선수들을 시즌 초반부터 과감하게 쓰고 있다. 시즌 내내 총력전 승부를 하고 있는 한화가 5강에 실패한다면 성적과 미래, 무엇도 얻지 못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waw@osen.co.kr
[사진] 김재영-김용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