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퓨처스팀이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삼성은 지난 1일 경산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퓨처스리그 최종전서 8-14로 패하며 30승 60패 6무, 남부리그 최하위로 올 시즌을 마감했다. 1군 출신 선수들로 구성된 상무와의 성적 비교는 차치하더라도 2위 kt와의 승차는 무려 19.5경기에 이른다.
개인 성적을 살펴보자. 남부리그 투타 부문별 1위는 단 한 명도 없다. 타자 가운데 이성규(타율 3할4푼2리, 304타수 104안타, 7홈런 54타점 59득점 1도루), 나성용(타율 3할2푼3리, 279타수 90안, 13홈런 53타점 53득점), 이상훈(타율 3할4푼9리, 232타수 81안타, 3홈런 35타점 40득점 10도루)을 제외하면 두각을 드러낸 선수는 거의 없다.
투수 가운데 4승을 거둔 조현근이 팀내 다승 1위였고 김성한과 최충연(이상 3승)이 뒤를 이었다. 남부리그 최하위에 머물다 보니 세이브 기회도 거의 없었다. 김동호가 3세이브를 거둔 것이 고작이었다. 이는 선수 육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제 아무리 요리사의 실력이 뛰어나도 재료가 신선하지 않으면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없다. 이른바 될 성 부른 떡잎이 없다 보니 육성에 한계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퓨처스팀 모 코치는 "선수 육성을 위해서는 성적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제대로 된 선수가 없다. 도대체 어떻게 지명을 받았는지 의심이 드는 선수들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삼성 구단 측은 5년 연속 정규 시즌 1위에 오르는 바람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손해를 봤고 NC, kt 등 신생 구단의 특별 지명으로 인해 유망주를 빼앗겼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신인 드래프트 최상위 순번 지명을 제외하면 그다지 나쁜 상황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키워야 할 재목이라면 최대한 보호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스카우트 총책임자의 패착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사례가 또다시 발생했다. 2015년 1차 지명 선수 김영한이 올 시즌이 끝난 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하기로 했다. 당시 삼성이 김영한을 선택했을 때 타 구단 스카우트나 아마추어 관계자들의 반응은 황당 그 자체였다.
구단 내부 회의에서도 그다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으나 스카우트 총책임자가 김영한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김영한은 모든 면에서 손대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방황 끝에 다시 방망이를 잡게 됐지만 어찌 보면 소중한 1차 지명권을 날려 버린 꼴이 됐다. 더욱 심각한 건 이런 사례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스카우트 파트의 책임만은 아니다. 수년 간 삼성에서 현역 생활을 하다 몇 년 전 은퇴한 A 씨는 "선수와 코치간에 소통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한 번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며 "2군에서 아무리 잘 해도 1군에 올라가는 선수들은 늘 정해져 있다.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선수들의 사기가 저하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과거 국내 프로야구단 가운데 훈련 시설이 가장 좋았던 삼성. 이젠 워스트3에 꼽힐 만큼 낙후됐다. 예전과 달리 경산 볼파크 규모가 협소해 선수들이 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 년 전 인근 지역에 더 넓은 훈련 시설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검토했으나 최근 들어 그 열기가 다소 식은 느낌이다.
팀 성적이 추락하다 보니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일부 고참급 선수들은 이틀이 멀다 하고 후배들을 불러 모아놓고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후배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퓨처스팀 모 코치는 "나는 어차피 (구단에) 오래 있을 생각이 없다. 떠나면 그만"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는 후문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
삼성은 구단 발전을 위한 중장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구단 발전에 저해되는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삼성 담당 기자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