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져야 본전' 차승원은 왜 김정호가 되었나 [고산자 ①]
OSEN 성지연 기자
발행 2016.09.06 07: 31

배우들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캐스팅 제의 중 하나는 실존 인물, 그 중에도 위인, 즉 대중에게 존경받는 이들을 제안하는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도 아니고 실제로 존재했던 영웅이나 교과서로 배웠던 위인으로 변해야 한다면 제아무리 자신의 연기력에 자부심이 있더라도 선뜻 수락하기는 힘들 것이다. 시나리오가 좋다고 해도 이는 별개의 이야기다.
자칫하다가는 '흉내 내기'에 그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온 힘을 다해 연기한다고 해도 실존인물의 업적에 가려져 배우의 연기력은 그 다음으로 밀려버린다. 한마디로 잘 해도 '밑져야 본전'인 셈.

그런데 최근 배우 차승원이 '밑져야 본전'인 영화로 2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통해 실존 인물, 그것도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로 변신한 것.
지난 2014년, 장진 감독의 '하이힐' 이후 2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한 것이 '고산자, 대동여지도'라니 그가 '하이힐'에서 여장을 했던 것과 맞먹는 파격이다.
차승원은 '고산자'를 통해 조선의 진짜 지도를 만들기 위해 전국팔도를 누빈 김정호로 분했다. 영화 속 차승원에겐 그동안 봐왔던 스타일리시한 모습은 찾아보긴 힘들다.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봐왔던 살뜰한 '차줌마'의 모습 또한 없다.
대신 넝마주이를 연상하게 하는 후줄근한 차림, 바보 같은 너털웃음, 산과 들을 누비는 강철 체력, 지도에 살고 죽는 집념의 사나이에 가깝다. 지도 하나에 미쳐 사는 김정호 그대로다. 
차승원은 이번 영화에 출연한 이유와 관련 '고산자'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통해 "처음 김정호 역할을 제의받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어렵게 수락했던 것은 맞다"라며 "굉장히 힘든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살았던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건 굉장히 부담스럽고 힘든 일은 맞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하나의 것도 도전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뿌듯하다. 좋은 배우로 나아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의 메가폰을 쥔 강우석 감독 또한 "현장에 나타나는 순간부터 완벽히 김정호가 되어 있었다"며 만족과 신뢰를 전했다. 김정호의 인간적인 모습과 지도에 담은 진심을 스크린에 재현하기 위해 전국 로케이션 촬영을 열정적으로 소화해낸 차승원의 열정 또한 강우석 감독은 높이 샀다. 
차승원이 '삼시세끼'에 처음 출연할 당시 어느 누가 그의 투박한 손에서 맛있는 요리가 나올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날이 늘어만 가는 요리 솜씨와 예능감. 이또한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
본업인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영화 '선생 김봉두' '국경의 남쪽' '이장과 군수' '박수칠 때 떠나라'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등 25편 남짓한 영화에 출연하며 선생님, 조폭, 트랜스젠더까지 0에서 10까지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였던 그였다. 연기를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고산자'도 그의 배우인생에 탄탄하고 중요한 작품으로 남지 않을까. 데뷔 29년 차 배우, 이번 작품으로 더욱 진한 배우의 향기를 품게 된 차승원의 도전은 계속될 거로 보인다. /sjy0401@osen.co.kr
[사진] 시네마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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