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을 선임했다.
김 감독은 그 동안 국민감독이라는 호칭을 얻을 정도로 단기전인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해 왔다. 처음으로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2006년 WBC 4강 진출, 2009년 WBC 준우승의 쾌거를 일궈냈다.
특히, 지난해에 열렸던 2015 프리미어12 에서는 우승 신화를 쓰며 온 국민에게 감동을 주었고, 전 세계에 한국야구의 위상을 드높인 바 있다. KBO는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지도력을 높이 사 김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겼다.
김 감독은 5일 야구회관에서 열린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항상 대표팀은 경기 전까지는 걱정이 생기는데 경기가 닥치면 잊게 된다. 내년 3월까지 걱정이 앞선다. 그때까지 잘 준비해 걱정을 덜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 감독은 이어 "오승환은 감독이 되고 나니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 감독을 맡은 소감은.
▲ 지금부터 걱정이 많다. 항상 대표팀은 경기 전까지는 걱정이 생기는데 경기가 닥치면 잊게 된다. 내년 3월까지 걱정이 앞선다.
- 걱정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 한국시리즈까지 끝나야 부상 선수들이 정해지는데 그 부분이 걱정이다. 대부분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는 팀에서 대표 선수들이 많이 나온다. 우수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거기서 부상이 올까 하는 걱정이 많다. 또 한 가지는 2월 중순 이후에나 대표 선수들이 모일 수 있는데 그 전에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하다가 다칠 수 있다. 감독으로서는 몸이 안다쳐야 한다는 걱정이 있다.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걱정만 가지고는 경기를 할 수가 없이 잊게 되지만 그전까지는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 홈에서 1라운드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클 것 같은데.
▲ 홈에서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기보다는 1차 엔트리를 우선 선발해야 한다. 지난 대회에서도 네덜란드에 져서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대만, 네덜란드 중 하나를 꼭 이겨야 한다. 특히 WBC는 지더라도 최소 실점을 해야 한다. 경기를 하면서 그것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남은 기간 준비를 잘 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부상이 없는 운도 따라야 한다.
- 선수 선발에 있어 걱정이 많은 포지션은.
▲ 물론 투수 부문이다. 매년 결국 우완 투수가 없어서 아시아 대회에서는 우승을 했고 프리미어 12에서도 우완 투수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짧게 몇 개씩 던지고 나오고 그럴 수는 있지만, 이번에도 KBO 리그에서 우완 투수가 숫자 상으로도 부족하지만 뛰어나다고 할 만한 투수가 없다.
- 지난 WBC에서 예선 탈락한 원인은.
▲ 네덜란드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투수에 있어 복병을 만났다. 네덜란드 좌완 투수의 볼을 치지 못했다. 우리가 투수보다는 야수들이 공수에서 전력이 나은 편인데 공격에서 상대 투수를 너무 몰랐다고 할 수 있다.
- 메이저리거들, 특히 오승환 선발 계획은.
▲ 솔직히 감독이 되고 나니까 오승환은 더욱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 오승환은 본인이 나라를 위해 봉사를 하겠다고 한다면 뽑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기술위원장 때도 이 선수는 뽑아야 하는 것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물론 회의를 해서 이야기를 해야 하지만 감독이 되고 나니 더욱 욕심이 나는 게 사실이다.
- 다른 메이저리거 야수들은 어떻게 선발할 계획인가.
▲ 본인들이 뭐라고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승환도 팀이 와일드카드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어 이야기를 못했다. 다른 선수들도 아예 떨어진 팀이 아니면 말을 못하고 있다. 그리고 선수들 자체도 부상이 많다. 시즌이 끝나봐야 나올 수 있다 없다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는 확실하게 결정된 게 없다.
- 눈여겨보고 있는 어린 선수들이 있나.
▲ 최종 엔트리는 아직 모르겠다. 1차에서 60여 명을 뽑고 점점 추려나가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그 안에 젊은 선수들도 꽤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김하성, 고종욱, 박해민 등 어린 선수들이 현재 물망에 올라 있다. 마지막 최종 선발 28명 정도에 낄 수 있을지는 모른다.
- 2020년까지 국제대회가 연이어 있는데 감독 전임제에 대한 의견은.
▲ 전임 감독제는 에전부터 이야기가 나왔었다. 그 문제는 KBO와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각팀을 맡고 있는 감독들이 팀 성적 등 부담이 많다. 저도 해봤지만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하다 보니 이전 대회들의 성적이 좋다 보니 그런 데서 오는 부담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보다 팀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전임 감독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 일본이 이번 대회 준비를 많이 할 것 같다.
▲ 일본하고는 좋은 경기를 했다. 그런데 지난해도 오타니 쇼헤가 나와서 던지면 꼼짝 못했다. 경기 결과는 나중에 결정이 났고 운도 따랐다. 물론 항상 일본과 견줘서 전력을 분석하면 다소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경기는 또 그때 그때 해봐야 아는 것이다. 일본도 지난해 진 것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도쿄올림픽 준비를 지금부터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감독직 맡기까지 고민은 없었나.
▲ 고민을 했다. 하지만 총재님께서 이번 한 번만 더 맡아 달라고 하셨다. 저 역시 후배를 추천하려고 했는데 총재님께서 말씀을 해주셔서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
- 이전 대회들에 비해 어느 정도 감이 오나.
▲ 사실 걱정이 많이 된다. 예측은 할 수 없어도 굉장히 고전하겠구나 생각이 든다. 지난해 프리미어 12도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결과가 좋게 나왔다. 이번에도 걱정이 많이 된다. 나머지 기간에 준비를 잘해서 걱정을 덜어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 국제용, 국내용 선수들의 차이는 어떻게 정해지나.
▲ 물론 잘하는 많은 선수들이 1차 엔트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최종은 혼자 정하는 것이 아니고 기술위원들이 나름대로 평가를 한다. 투수의 경우에는 자체 팀 전력이 강하다고 하면 득점 지원이 많을 수 있기 때문에 평균자책점, 득점 지원 등을 다 따져서 평가한다. 타자는 국내 홈런 타자들의 유형을 뽑아보니 20개 이상 친 선수들은 외국인 투수들에게 얼마나 쳤나를 봤을 때 적은 선수가 있고 많은 선수가 있다.
- 우완 선발 중 염두에 둔 선수가 있다면.
▲ 지금 딱 대답하자니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최근 LG 류제국 같은 경우는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타자들을 쉽게 요리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다. 그런 선수들이 경험이 없이 볼만 빠른 선수보다는 낫지 않겠나 평가하고 있다.
- 이승엽의 대표팀 선발을 고려해볼 수 있나.
▲ 이승엽은 국내에서 활약을 잘하고 있긴 한데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 해외파 선수들의 합류 여부는.
▲ 접촉을 한 적은 없고 이대호에게 전화가 온 적이 있다. "부상이 없다면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박병호도 "감독 선임되신 것을 축하한다"고 문자가 오긴 했다. "부상이 어떤지 궁금하다"고 답했다. 부상 여부는 여기서는 알 수 없다. 강정호도 재활 경기에서 홈런도 쳤지만 직접 봐야 알 것 같다. 구단 문제도 있다. 추신수 역시 몸이 좋지 않을 때 팀에서 트레이너까지 보내 훈련 스케줄을 관리했다. 현지 구단에서 선수들을 관리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 WBC는 부모, 조부모가 한국 국적이면 참가할 수 있는데 고려해볼 계획인가.
▲ 미국 뿐 아니라 일본에도 그런 선수들이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autumnbb@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