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보직 파괴 마운드 시리즈 3탄은 실패로 돌아갔다. 두 번은 성공해도 세 번은 무리였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4일 고척 넥센전을 앞두고 지난 2009년 SK 사령탑 시절 19연승을 언급했다. 김 감독은 "SK에서 19연승을 할 때도 이런 식으로 했다. 선발투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도 19연승을 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시즌이 24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매일 도박이고, 토너먼트"라는 말로 벼랑 끝, 마운드 보직 파괴 운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대전 LG전 파비오 카스티요의 구원 3이닝 무실점, 3일 고척 넥센전 이태양의 마무리 1이닝 무실점으로 두 번은 성공했다. 2연승을 거두며 5강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지만 3번은 통하지 않았다. 4일 고척 넥센전에서 한화는 다시 또 보직 파괴 운용으로 승부했지만 추격전 끝에 5-7 패배를 당했다.
전날 이태양을 마무리로 쓰는 바람에 이날 선발은 베테랑 이재우가 깜짝 투입됐다. 이재우 역시 전날 1이닝 17구를 던진 상태라 긴 이닝 소화는 무리였다. 3회 1실점하며 2사 만루 위기에서 내려갔지만 2⅔이닝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 역투로 기대이상 제 몫을 했다.
이재우에 이어 두 번째 투수는 예상대로 이태양. 전날 1이닝 11구밖에 던지지 않았고, 이재우 다음 투수로 대기했다. 이태양은 2사 만루에서 김민성을 루킹 삼진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4회 채태인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맞았다. 5회에는 2사 후 3연속 안타를 맞고 2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시즌 첫 연투에 나선 이태양은 2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49개. 6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 김성근 감독은 박정진을 투입하며 포수도 차일목에서 조인성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박정진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번트 안타와 볼넷에 폭투까지 범하며 2·3루 위기를 초래했다.
뒤이어 다시 윤규진으로 또 투수를 바꿨다. 윤규진도 구원 보직 전환 이후 첫 연투. 그러나 이택근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가 이어지더니 윤석민에게 우측 빠지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맞았다. 스코어는 3-7로 벌어졌고, 경기 흐름은 넥센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윤규진이 7~8회를 실점없이 막고, 한화 타선이 마지막까지 추격을 벌였지만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한화는 선발과 구원 보직 구분이 무의미할 만큼 파격적인 마운드 운용을 하고 있지만 3경기 연속 통하지는 않았다. 한화가 계속해서 투수를 바꿔가며 우왕좌왕하는 동안 넥센은 선발 스캇 맥그레거가 8회 1사까지 소화한 뒤 마정길-오재영으로 경기를 끝냈다. 보직 파괴 전략이 단기간에는 통할 수 있어도 그 이상은 무리란 것이 증명됐다. /waw@osen.co.kr
[사진] 고척=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