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 불발’ 김현수, 쇼월터 선택 어떻게 봐야 하나?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9.04 11: 08

쇼월터 감독, 좌타자 대타로 마이클 본 선택
우타자 스티브 피어스 타석은 그대로 기회 부여
 김현수(28,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출전이 불발됐다. 좌완투수가 나옴에 따라 선발 제외는 예상된 결과였지만 대타 우선순위에서도 상황에 따라 밀리는 일이 지속적으로 생길 수 있다.

김현수는 4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발 CC 사바시아를 맞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팀은 2-0으로 승리했으나 김현수는 교체 출전도 하지 못하고 벤치를 지켰다.
대타로 나설 기회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팀이 2-0으로 앞서고 있던 7회말. 선두 J.J. 하디가 외야 좌측으로 2루타를 치고 출루하자 볼티모어는 대타 카드를 사용했다. 마운드에 우완 애덤 워렌이 있었으므로 대기 타석에 있던 놀런 라이몰드 대신 좌타자가 들어설 것이라는 점은 예측 가능했다.
그러나 벅 쇼월터 감독의 선택은 우투수가 출전할 때면 주전이라고 봐도 무방한 김현수가 아니었다. 최근 드류 스텁스와 함께 영입된 베테랑 좌타자 마이클 본이었다. 무사 2루에서 번트를 시도하기도 했던 그는 볼카운트 2B-2S에서 약한 땅볼을 쳤지만 빠른 발을 이용해 1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고 출루했다. 본의 스피드는 상황을 무사 1, 3루로 바꿔놓았다.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볼티모어는 본의 장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한 번 더 기회가 있었으나 그때도 쇼월터 감독의 선택은 다른 선수였다. 우완 워렌이 그대로 마운드에 남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볼티모어는 자기 타순이 돌아온 우타자 스티브 피어스를 김현수로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 이닝이 끝난 뒤 드류 스텁스로 교체하며 수비를 강화했다.
본이 없었다면 이날 볼티모어 벤치에서 상대를 가장 위협할 수 있는 좌타자는 김현수였다. 하지만 김현수와 스타일이 다른 본은 그와 다른 방법으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유형의 타자였다. 외야 수비 능력은 두 번이나 골드글러브를 차지한 본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날 경기를 통해 김현수가 본과의 경쟁에서 밀렸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 팀이 2-0으로 앞선 상황이었기 때문에 점수를 뽑지 못하더라도 수비에서 활용도가 높은 본을 택한 쇼월터 감독의 결정은 합리적이었다. 만약 동점이거나 추격하는 중이었다면 안타 한 방을 위한 대타로 정교함이 있는 좌타자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섰을 가능성도 충분(페드로 알바레스는 파워가 좋지만 외야 수비 불가)하다.
다만 김현수로서는 피어스 타석에 대타로 투입되지 못한 점이 아쉬울 수는 있는 부분이다. 2점의 리드가 있는 가운데 김현수보다 수비가 좋은 본-애덤 존스-스텁스로 외야가 구성되면서 김현수의 출전 기회는 막혔다. 지명타자 자리도 있었지만 이날은 마크 트럼보가 지명타자였기에 그 자리를 노릴 수는 없었다. 피어스 타석에서 김현수나 알바레스를 대타로 넣고 스텁스를 대수비로 기용하는 방식도 있었지만, 볼티모어 벤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nick@osen.co.kr
[사진] 볼티모어=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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