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람, 7월 부진 딛고 8월부터 안정감 회복
권혁-송창식 빠진 상황에서 더 큰 책임의식
정우람마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권혁과 송창식의 부상 공백에도 한화에는 '수호신' 정우람(31)이 든든히 버티고 있다. 실낱같은 5강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
정우람은 3일 고척 넥센전에서 9회 구원등판, 10회까지 2이닝을 던지며 1피안타 2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5승(4패)째를 올렸다. 바로 전날인 2일 대전 LG전에 2이닝 동안 40구를 던지며 세이브를 거둔 데 이어 이날도 2이닝을 소화하며 37구를 뿌렸다. 이틀 사이에 총 4이닝 77구 투혼이었다.
권혁과 송창식 모두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정우람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힘겨운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화는 매 경기가 결승전과 다름없다. 타이트한 접전 상황에서 정우람에게 2이닝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그럴수록 더 굳게 마음을 먹고 있다. 남은 경기도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다.
정우람은 "우리 선수들 전부 다 고생하고 있다. 나 역시 책임감을 더 가지려 한다. 어제(2일) 많이 던졌지만 상황이 되면 또 나간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다들 힘든 상황에서 각자 조금씩 더 수고하자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절박하게 똘똘 뭉친 팀 분위기를 전했다.
정우람의 활약은 7월 부진을 딛고 일어선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6월 중순까지 안정감 있는 투구를 한 정우람은 7월 여름을 맞아 큰 고비를 맞았다. 7월 한 달간 7경기 2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7.84 피안타율 3할8리로 흔들린 것이다. 하지만 8월 이후 13경기 1승6세이브 평균자책점 1.88 피안타율 2할3푼2리로 안정감을 찾았다.
정우람은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힘든 시기가 있다. 그럴수록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했다. 안 좋은 건 빨리 잊으려 했다. 몇 백번 경기를 나가며 느낀 것이지만 신경 쓸수록 노이로제에 걸릴 수 있다"며 "지금은 팀이 힘든 시기에 있지만, 나부터 몸 관리 잘해서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좋을 때도 올 것이다. 그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자신했다.
정우람은 올 시즌 51경기에서 70⅓이닝을 던지며 5승4패16세이브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SK에서 기록한 70이닝을 이미 넘어섰다. 10개 구단 마무리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는 정우람은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순수 구원 이닝 4위에 올라있다. 권혁과 송창식에게 가려져 있어 그렇지, 정우람도 알고 보면 많이 던지고 있다. 한화의 개막 엔트리 투수 12명 중 박정진과 유이하게 1군 이탈이 없던 투수이기도 하다.
정우람은 "혁이형과 창식이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치료를 잘 받고 와서 남은 시즌 다시 같이 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정우람처럼 한화도 지금 고비를 잘 넘는다면 5강 희망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부활한 정우람의 버티기가 중요하다. 권혁과 송창식이 복귀하기 전까지 그들의 몫을 다해내야 한다. /waw@osen.co.kr
[사진] 고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