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트7 리콜 시나리오에 '1995년 화형식 재현'도 포함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6.09.04 06: 40

삼성전자가 이번 갤럭시 노트7 리콜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화형식' 시나리오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서울 태평로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량 신제품으로 교환하는 갤럭시 노트7에 대한 리콜을 선언했다.
이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수장인 고동진 사장이 밝힌 갤럭시 노트7 출하량은 약 250만대 가량이다. 그러면서 고 사장은 손실비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굉장히 마음이 아플 정도의 큰 금액"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내 임직원들이 활발한 토론을 거쳤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말한 사내 토론 내용은 대부분 노트7 리콜 처리 방안과 그에 따른 조치 및 손익 관련 시나리오들이었다. 특히 회수된 노트7의 처리방안을 두고 어떻게 할지 논의하던 중 가장 주목을 받은 의견 중 하나가 바로 21년전 '애니콜 화형식'을 재현하자는 시나리오였다.
애니콜 화형식은 지난 1995년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시로 구미공장에서 치러진 충격적인 퍼포먼스였다. 불량률이 12%에 육박하자 15만대, 당시 500억원 어치의 애니콜 휴대폰을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불태운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품질경영'으로 한단계 도약, 지금의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어차피 회수된 노트7을 전량 폐기 처분할 것이라면 제품에 불을 질러 화형식을 재현, '품질경영'과 '정도경영'을 걸어가려는 삼성전자의 의지를 확실하고 공개적으로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이 주장은 제법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이 큰 손실액 때문에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이번 노트7 리콜 조치에 따른 순수 손실액을 4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셀인, 셀아웃 포함 약 300만대가 출하됐다고 봤고 해외에 실어보내는 물류비용과 반송비용까지 포함시킨 금액이 포함됐다. 이는 지난 2분기 8조원을 돌파했던 영업이익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리콜 시나리오 중에는 배터리만 교체하는 리콜을 실시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소비자들은 노트7의 배터리만 교체할 경우 방수 기능이 상실될 수 있다며 불안해 하기도 했다. 하지만 숙련된 직원들은 케이스를 열었다가 닫아도 출시 제품과 같은 높은 A/S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문제는 이런 능력을 지닌 직원들 숫자가 소비자들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여러 시나리오를 종합한 결과 전량 신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로서는 수거한 제품을 재활용하는 것이 손실액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이다. 시나리오 중에는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에 결함이 없기 때문에 배터리만 교체해 리퍼폰으로 판매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또 배터리만 교체한 후 삼성전자 사내 직원들이나 특정 기업에 판매해도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편 이번 노트7 리콜 소식은 삼성전자의 파트너들에게도 긍정적으로 비쳐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수뇌부가 승부수를 던졌다. 고객도 중요하지만 파트너들의 반응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삼성전자 파트너들도 이번 노트7 리콜에 대해 신뢰를 갖고 대하는 것 같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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