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금융 클래식 2016’(총상금 12억 원, 우승상금 3억 원)에서 렉시 톰슨과 함께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니는 미국의 제시카 코다(23)가 깜찍한 공언을 했다. 성적이 좋지 못해 마지막 라운드를 챔피언조보다 좀 일찍 출발하게 됐지만 “앞쪽 홀에서 버디 행진을 펼쳐 챔피언조의 멘탈을 흔들어 놓겠다”고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농반진반처럼 들리는 이 같은 공언은 대회가 열리고 있는 골든베이 골프앤리조트(파72, 6,546야드)의 코스 레이아웃과 관련이 있다.
골든베이는 우리나라 골프팬들에게는 익숙한 전형적인 산악 코스다. 게다가 코스 바깥으로는 바다 풍경까지 펼쳐져 있다. 경관을 수려하지만 시각적으로는 페어웨이가 더욱 좁아 보인다. 또한 산악 지형을 따라 몰아치는 바람은 도무지 방향을 가늠할 수가 없다. 렉시 톰슨이 이 바람을 보고 ‘소용돌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제시카 코다는 “2012년 이후 한국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대회인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 계속 참여해 왔다. 이 대회가 열리는 영종도 스카이72는 미국의 여느 골프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번 골든베이는 코스가 너무 좁고, 바람 자체를 예측할 수가 없다. 오비(아웃 오브 바운즈)가 이렇게 많이 나는 코스는 처음이다”며 혀를 내둘렀다.
“난생 처음 접해 보는” 난해한 코스이지만 그래도 사흘간이나 플레이를 했다. 사흘간의 경험을 토대로 최종 라운드에 대한 전략을 물어 봤더니 “핀 포지션을 빨리 알아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내일은 무조건 버디를 많이 해야 하고, 공은 무조건 페어웨이에 올려야 한다. 파이널 그룹보다 티오프를 일찍 하니까 앞쪽에서 버디를 많이 잡아 챔피언조의 멘탈을 흔들어 놓겠다”고 말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제시카 코다는 3일의 3라운드에서도 골든베이 공략법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을 찾은 것 같지는 않았다. 버디를 2개를 잡았지만 보기도 3개를 범했다. 사흘간의 중간합계가 2오버파로 공동 17위다. '챔피언조 멘탈 공략'은 제시카 코다의 해맑은 소녀 이미지와 어울리는 공언이다.
겉으로는 새침해 보이지만 코다는 ‘한식 마니아’다. LPGA 투어에서 같이 뛰고 있는 최운정 프로의 아버지 친구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한국 음식을 처음 접해 봤다는 코다는 그 이후 한식 마니아가 됐다.
코다는 “처음 먹어 본 한식이었지만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맛이 좋았다. 떡볶이를 아주 좋아하고, 갈비탕, 갈비찜, 갈비구이 등등 닥치는대로 먹는다. 또한 함께 웃으면서 식사하는 한국 문화도 좋다. 그래서 한식이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골든베이에서 고생은 하고 있지만 내년 대회에 다시 초대를 받는다면 당연히 참가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100c@osen.co.kr
[사진] 티샷을 앞두고 몸을 풀고 있는 제시카 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