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의 군 복무를 마친 후련함이었을까. 안치홍(26·KIA)은 입가에 흐르는 미소를 다 숨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감상에 빠져 있을 시간은 없었다. 당장 내일부터 전쟁터에 나서야 하는 안치홍은 ‘책임감’이라는 단어로 각오를 다졌다.
유승안 감독이 이끄는 경찰야구단 8기는 3일부로 전역했다. 즉시전력감으로 평가되는 몇몇은 4일부터 1군에 등록, 곧바로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들 중 안치홍은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선수다. 큰 잠재력을 각광받았고, 입대 전에는 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로 활약했다. 치열한 4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KIA의 든든한 원군이다. 벤치는 물론 팬들도 안치홍의 전역을 학수고대했다.
안치홍은 이런 주위의 시선에 대해 부담보다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 중이다. 안치홍은 “사실 내가 해외에 다녀온 선수도 아니고, 이제 군 복무를 마친 선수인데 너무 크게 부각이 돼 부담이 되는 측면은 있다”라고 웃으면서도 “반대로 팬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더 책임감을 가지고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보통 군에 가면 많은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안치홍은 “맞는 말인 것 같다. 어차피 한 번은 가야 하는 군이다. 오히려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또한 나는 군에 들어올 때부터 어차피 다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길이 정해져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잘 알고 있었다”라면서 “후회 없는 21개월을 보냈다”고 군 생활을 돌아봤다.
안치홍은 올 시즌 퓨처스리그(2군) 59경기에서 타율 4할2푼8리, OPS 1.221의 어마어마한 성적을 냈다. KIA가 안치홍을 1군에 올리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이런 KIA는 안치홍이 군에 있었던 2년 동안 많은 것이 바뀐 팀이다. 어린 선수들이 많이 올라와 1군 면면이 상당 부분 바뀌었다. 안치홍도 이를 인정하면서 “원래 있었던 선수처럼 빨리 팀에 녹아들도록 노력하겠다. 이날을 기다리고, 또 그에 맞춰 준비한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8월 막판 퓨처스리그 일정이 띄엄띄엄해 경기 감각이 완전치는 않다고 걱정한 안치홍은 “조금이라도 빨리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입대 전 KIA의 붙박이 2루수로 활약했던 안치홍이지만 “돌아가면 당연히 주전이라는 생각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대타·대수비부터 한다는 생각이다. 어느 상황에 들어가도 그 상황에 맞게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광주행을 서둘렀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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