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주석 안타성 번트, 희생타+실책으로 처리
기록원, 희생번트 상황에 송구 부정확 판단
"왜 실책으로 기록됐어요?"
한화 내야수 하주석(22)은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지난 2일 대전 LG전에서 8회 번트 타구에 대한 기록 때문이었다. 하주석은 이날 8회 무사 1루에서 투수와 1루수 사이로 절묘하게 번트를 댔다. LG 1루수 양석환이 공을 잡고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2루수 손주인에게 재빨리 토스했다.
그런데 양석환의 1루 토스가 높게 향했고, 손주인의 발이 뜬 사이 하주석의 발이 베이스를 먼저 밟았다. 합의 판정 끝에 세이프로 최종 인정받았다. 이때까지는 좋았지만 전광판에는 안타가 아닌 실책을 의미하는 'E'가 떴다. 빠른 발로 대량 득점 찬스를 이어갔지만 개인 기록 면에서는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 기록을 맡은 경력 15년의 진철훈 KBO 기록위원은 당시 상황에 안타가 아닌 실책을 준 이유에 대해 "1루수 양석환의 송구가 너무 높다고 판단해서 실책을 줬다. 하주석의 다리도 빨랐지만, 1루수가 아웃으로 처리할 수 있는 타구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양석환의 송구가 높게 들어가지 않고 정확하게 손주인에게로 향했을 경우 타이밍 상으로 하주석이 아웃이 될 수 있었다. 설령 하주석이 아웃 되더라도 이 타구는 땅볼이 아니라 희생번트로 처리됐을 것이다. 이날 공식 기록도 '희생번트 실책'이었다. 하주석의 타수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진철훈 기록원은 "무사에 주자가 1루에 있어 정황상 희생번트 상황이었다. 하주석이 기습성으로 번트를 시도했기 때문에 안타로 볼 수도 있겠지만 요즘은 예전처럼 미리 번트 동작을 대놓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했다"고 희생번트로 판단한 이유를 밝혔다.
기록원은 번트가 나오면 번트 방향, 번트 강도, 수비자의 위치, 주자의 속도,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희생번트와 안타를 결정한다. 이날 하주석의 번트는 무사 1루, 1점차 리드 상황에 LG의 번트 수비가 비교적 빨랐다는 점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하주석의 플레이 스타일도 기록원들의 판단을 헷갈리게 만든다. 발이 빠른 좌타자로 기습번트를 자주 하고, 1루로 전력질주하기 때문이다. 다른 타자라면 설렁설렁 뛸 타구에도 하주석은 타구 성질에 관계없이 전속력으로 1루에 뛰기 때문에 종종 상대 실책을 유발한다. 이 경우 안타와 실책 중 무엇을 줄 것인지 모호해진다.
비록 안타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날 하주석의 번트와 전력질주는 대량 득점의 발판이 돼 한화 승리로 연결됐다. 시즌 89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하주석은 데뷔 첫 100안타에도 11개만을 남겨놓았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