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건 김성근, 5강 승부수 '마운드 보직 파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9.03 06: 02

한화, 카스티요 구원+심수창 선발 투입  
남은 25G, 보직 구분 없이 총력전 태세
선발과 구원, 보직 구분이 무의미하다. 남은 25경기, 한화 마운드는 도박 같은 승부수를 건다. 

한화는 2일 대전 LG전에서 11-6으로 역전승했다. 이날 경기 김성근 감독의 히든카드는 바로 외국인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였다. 5-4로 역전하며 리드를 잡은 뒤 5회 시작과 함께 카스티요를 마운드에 올렸다. 5회 위기가 있었지만 실점 없이 넘긴 카스티요는 3이닝 무실점 역투로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깜짝 등판이라 할 수 있지만 사실 계산된 운용이었다. 카스티요는 지난 1일 LG전에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불펜 대기하고 있었다. 지난달 31일 잠실 두산전이 우천 연기되며 선발 한 자리를 비울 수 있게 되자 불펜 운용에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리고 이날 승부 상황이 되자 바로 투입됐다. 
그럼에도 팀 내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발 카스티요를 구원으로 쓰는 건 모험이었다. 김성근 감독 스스로도 인정한 부분. 그는 이날 경기 후 "오늘(2일) 지면 5위 LG와 승차가 더 벌어지기 때문에 도박 같은 승부를 걸었다. 카스티요의 자신의 역할을 잘해줬다"고 말했다. LG와 격차는 2.5경기로 좁혔다. 
카스티요 구원보다 더 놀라운 건 경기 후 발표된 3일 고척 넥센전 선발투수였다. 이날 LG전에 두 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해 ⅓이닝 6구를 던진 심수창이 휴식일 없이 곧장 선발로 예고된 것이다. 선발투수로 이번 주 아직 등판하지 않은 윤규진이 있지만 김 감독의 선택은 놀랍게도 이날 던진 심수창이었다. 
올 시즌 넥센전 상대전적을 보면 윤규진이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9.82로 부진했지만, 심수창도 7경기 1승1홀드 평균자책점 6.75로 썩 좋은 성적은 내지 못했다. 하지만 심수창이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러진 4경기에선 1승1홀드 평균자책점 2.08로 안정된 투구를 했다는 점이 우선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심수창은 올 시즌 49경기 중 9경기를 선발로 나섰다. 이번처럼 구원으로 던진 바로 다음날 선발등판한 적이 있다. 지난 7월29일 잠실 두산전에 구원으로 1⅔이닝 23구를 던지고 휴식 없이 이튿날 두산전 선발로 출격, 5⅓이닝 89구 2자책점으로 깜짝 호투를 펼치며 5년 만에 선발승 감격을 누린 바 있다. 
한화는 이제 25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5위 LG와 2.5경기차는 쉽지 않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격차다. 권혁과 송창식의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남은 투수들로 전력을 쥐어 짜내는 방법밖에 없다. 김성근 감독은 특유의 보직 파괴를 통해 총력전 태세로 임한다. 도박을 건 승부수는 과연 통할 수 있을까. /waw@osen.co.kr
[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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