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판매에만 열중하는 시대는 지났다. 진짜 비즈니스는 다른 곳에서 이뤄진다. 한국 프로스포츠가 맞춤형 전략을 앞세워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경기장에서 유니폼을 입은 관중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성별도 여성보다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크게 변했다. 최근에는 관중석에서 다양한 유니폼을 입은 팬들을 볼 수 있다. 수도권 팀의 경우, 여성 관중의 비율이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한국프로스포츠가 자생력을 얻기 위한 첫 번째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프로야구 KBO리그에서 두드러진다. 매 경기 10만원 내외의 선수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리며 경기장은 유니폼을 입은 관중들로 도배된다. 남성의 손에 이끌려 경기장을 찾는 여성은 별로 없다. 자발적으로 친구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는 여성이 대다수다. 야구장은 성별과 연령대에 구분 없이, 모두가 함께 즐기는 몇 안 되는 명소가 됐다.
프로구단들은 변화에 발맞춰 매년 새로운 마케팅을 실행 중이다. 서울 프로야구단인 LG 트윈스의 경우, 의류매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유니폼을 판매한다. 이제 선수가 입는 유니폼은 식상하다. 유명 캐릭터 회사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컨셉 유니폼이 꾸준히 제작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LG는 2014년부터 여성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헬로키티 유니폼을 판매했고, 올해에는 스타워즈, 마블과 계약을 체결해 색다른 디자인의 유니폼을 만들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마블 유니폼의 경우, 영화와 야구의 인기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예약 판매 시작과 동시에 동이 났다. 경기장에 유니폼이 걸리기도 전에 인터넷에서 판매가 종료된 것이다. LG 구단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러한 컨셉 유니폼을 보다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 주말 홈경기 3연전에 앞서 밀리터리 유니폼을 출시했고, 선수들은 이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매년 7월에 시행하는 섬머크리스마스 이벤트서도 올해는 5년 만에 선수들이 크리스마스 컨셉의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LG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유니폼을 직접 입고 뛰면 판매규모가 크게 증가한다. 올해의 경우, 밀리터리 유니폼과 섬머크리스마스 유니폼 모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당일 야구장과 온라인에서 수천 개가 팔렸다”고 전했다.
LG 구단은 유니폼을 비롯한 상품 제작 만큼이나 20대 여성을 야구장에 불러 모으는 것에 신경 쓰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으로 시작된 야구 붐을 확장시키기 위해 여성 마케팅에 집중한다. 그 결과 2010년 약 900명 수준에 불과했던 여성회원이 2016년 3,000명 수준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또한 장기연속회원 우대프로그램이 적용되는 5년 이상 가입자 중 70%가 여성회원이다. 여성 관중이 프로야구 마케팅의 핵심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상품의 비율과 판매량도 매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2013년까지만 해도 유니폼을 포함한 여성전용 의류가 1종류 밖에 없었는데, 올해에는 18종류로 늘어났다. 유니폼 뿐이 아닌, 파우치나 손거울과 같은 여성을 대상으로한 소품들이 꾸준히 개발 중이다. 그러면서 2013년까지는 연간 여성전용상품의 매출비중이 20% 정도였으나, 2016년에는 47%까지 올라갔다.
LG 구단 관계자는 “여성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연구한다. 설문조사를 통한 연구 결과, 남녀 공용이 아닌 ‘여성만을 위해 디자인한 유니폼핏’, ‘여성이 선호하는 캐릭터와 콜라보’. ‘여성이 선호하는 필기류’ 등이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여성전용 상품의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LG는 매년 서울 지역의 여대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응원단이 직접 여대에 방문해 야구 규칙과 응원가를 전파한다. 딱딱한 수업이 아닌 레크리에이션 형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20대 여성 관중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다 가까운 자리에서 파악한다.
LG 뿐이 아니다. 함께 잠실구장을 사용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도 여성 마케팅을 대표하는 프로 구단이다. 두산은 프로구단 최초로 여성 관중들을 위한 ‘퀸즈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여성 관중에 한해 입장권의 가격을 할인하고 여성이 원하는 경품들을 추첨을 통해 제공한다. 더불어 여성을 대상으로 한 핑크 유니폼을 판매하며, 선수와 함께하는 포토타임도 실시한다.
구단이 이렇게 여성 마케팅에 각별히 신경 쓰는 이유는 그만한 파급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5년, 10년 후 가족을 이루면, 한 명이 아닌 가족 전체가 야구장을 찾는다. 여성 한 명당 최소 3, 4명의 관중 동원 효과가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한 프로야구단 관계자는 “최근 프로야구 시청률은 다소 하락하고 있지만, 티켓 판매량은 줄지 않고 있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여성 관중의 증가가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여성의 경우 3, 4명 이상 단체 관람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각 구단들은 향후 여성층 공략을 넘어 남녀, 혹은 친구들끼리 함께하는 상품을 제작하려 한다. LG의 경우 “유니폼을 비롯한 구단 의류를 더 다양화시킬 생각이다. 남녀가 함께하는 ‘커플룩’, 혹은 친구끼리 함께 입을 수 있는 ‘시밀러룩’을 연구 중에 있다”고 밝혔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