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홈런’ 마음 비우고 토종 홈런왕 경쟁
후반기 맹타, 최고 3루수 명예 되찾는다
최정(29·SK)은 고민이 많은 선수다. 스스로는 이에 대한 질문에 “특별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리지만, 어쩌면 이런 부분은 주위의 시선이 더 정확할 수 있다. 타격 슬럼프에 빠지면 고민 속에서 발버둥을 친다. 이미 리그 정상급 타자 대열에 올라서 있지만 이리저리 바꿔보려는 시도가 꽤 되는 선수다.
그런 최정은 요즘 “별다른 생각이 없다”라고 말한다. 잘 맞고 있기 때문이다. 최정은 올 시즌 전반기 타격감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들쭉날쭉했다. 전반기 내내 “좋았을 때의 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전반기 84경기에서의 타율은 2할6푼3리였다. 홈런은 20개를 쳐 최고 페이스를 달렸지만, 전반적인 기록이 최정의 그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후반기는 다르다.
최정은 후반기 최고 타자 중 하나다. 2일까지 후반기 37경기에서 타율 3할4푼4리, 15홈런, 33타점을 기록했다. 올라올 줄 몰랐던 타율은 점점 올라와 2할8푼7리가 됐다. 역시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기 부진을 만회한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 특히 35홈런은 리그 전체 2위, 토종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타점도 84개를 쌓았다. 홈런은 이미 개인 최다고, 타점도 최고 기록이었던 2012년 84타점과 타이다. “올라올 선수는 올라온다”라는 명제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선수다.
생각을 비우려고 해서 비운 것은 아니다. 어쩌면 상황과 연관이 있다. 최정은 “전반기에는 후반기 잔여 일정이 있으니 어찌됐건 최선의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즌 막판이다. 이리저리 고칠 시간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팀 사정도 급하다. 4위 자리를 지키던 SK는 후발주자들의 추격에 밀려 4~6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최정은 팀 사정을 유독 강조한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자신이 더 분발해야 한다는 책임감이다.
어쩌면 이런 상황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있을지 모른다. 상황이 강제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최정이 이렇게 고민 없이 배트를 돌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곰곰이 생각하던 최정은 “어찌보면 ‘이렇게 정신없이 쳐도 홈런도, 안타도 나오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뭔가를 깨닫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때로는 과도한 고민과 집착이 독이 될 때가 있다. 이제 막 전성기에 오를 나이가 된 최정은 자연스럽게 ‘무심’의 힘도 배워가고 있는 것이다.
최정은 토종 선수로는 김재환(두산)과 더불어 40홈런에 도전할 수 있는 도전자로 뽑힌다. 사실 이 고지를 매번 사정권에 둔다는 것은 어렵다. 기회가 있을 때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최정은 “40개는 안 될 것 같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지금은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어야 하는 시기다. 여기에만 집중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이 으레 하는 겸손이지만 어쩌면 자신에 대한 경계일수도,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일 수도 있다는 기운이 풍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꼬인 시즌이지만, 어쨌든 그 실타래를 잘 풀어나가고 있는 최정이다. 궁극적으로는 부상으로 얼룩졌던 ‘최고 3루수’ 타이틀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좀 더 분전한다면 지난 2년간 놓쳤던 골든글러브 탈환을 향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