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큰 부상은 아니다. 단순 염증에 불과하다. 지난 주보다 많이 좋아졌고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김기태(삼성)에게 현재 상태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2006년 데뷔 후 만년 기대주에 머물렀던 김기태는 올 시즌 17차례 마운드에 올라 4승 4패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7.08. 선발 투수들의 잇딴 부상 속에 그 공백을 메우며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만큼 전력 이탈에 대한 아쉬움도 클 것 같았다.
김기태는 "1군에 있었다면 좀 더 욕심을 부렸을텐데 재활군에 왔으니 컨디션을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괜히 욕심을 부리다간 더 큰 걸 잃을 수도 있다. 더 멀리 내다보고 완벽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1군 복귀 시점에 관한 물음에 "공을 다시 잡아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괜찮으면 최대한 빨리 복귀해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김기태가 말하는 1군과 퓨처스의 차이는 무엇일까. "공 하나에 승부가 좌우된다"는 게 김기태의 설명. 그는 "퓨처스에서도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는데 차이는 크다. 체력 소모가 더 크고 심리적인 중압감도 훨씬 더 크다. 경기할때 더욱 집중해야 한다. 체력적인 부분에 있어서 한층 더 보완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김기태에게 올 시즌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돌이켜 보면 내겐 아주 큰 의미가 담겨 있고 많은 걸 배웠다. 올 시즌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 내년에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내년을 준비하는 것도 더 다르고 해야 할 부분도 많을 것 같다".
꽃이 피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김기태가 이름 석 자를 알리는데 누군가의 믿음과 기다림이 있었다.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부모님께 가장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부모님이 아니었다면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부모님께 행복이 무엇이라는 걸 느끼게 해드리고 싶다. 항상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오랫동안 지켜봐주셨던 양일환 퓨처스 투수 코치님과 김태한 1군 투수 코치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렇다면 김기태에게 올 시즌 최고의 순간은 언제일까.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했던 6월 17일 대구 두산전이다. 이날 선발 마운드에 오른 김기태는 6⅓이닝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1실점 호투했다. 오른 중지 손톱이 깨져 강판하기 전까지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그는 "그렇게까지 잘 던지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마운드 위에 서 있을때 마음이 너무 편했다. 제구도 잘 되고 범타 유도도 만족스러웠다. 투구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갈때 수많은 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하는 그 순간의 짜릿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쾌감을 다시 느끼고 싶다"고 했다.
김기태는 퓨처스 무대에서 땀흘리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현재 모습에 좌절하지 말고 더 높은 곳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지금 안된다고 포기해선 안된다. 현재 퓨처스 무대에 있다고 항상 똑같은 자리에 있는 건 아니다. 나도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1군에 가기 위해 필요한 부분을 스스로 찾아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항상 그 자리에 머물게 된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