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국, 2013시즌 이후 3년 만에 두 자릿승
낮은 득점지원·토종 우완선발 전멸에도 호성적
LG 트윈스 선발투수 류제국이 마운드를 이끌고 있다. 개인 통산 최다승은 물론,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중이다.
류제국은 지난 1일 대전 한화전에서 6⅔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10승에 성공, 2013시즌 이후 3년 만에 두 자릿수 승을 거뒀다. 2014시즌과 2015시즌 지독히 운이 따르지 않았으나, 올 시즌 주장완장을 차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팀 내 최다승과 최다 탈삼진, 그리고 선발진에서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4.61)을 기록 중이다.
리그 전체로 봐도 수준급이다. 평균자책점 11위, 이닝(132⅔) 15위, 탈삼진(114) 8위에 올라있다. 9이닝당 탈삼진에선 7.73개로 롯데 린드블럼(7.84)에 이은 2위다. 극심한 타고투저로 토종 우완 선발투수가 전멸 위기에 처한 가운데, 윤성환과 함께 유이하게 각 부문 순위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활약의 원인은 커브와 커터다. 류제국은 지난해 12월 미국 애리조나로 떠나 남들보다 빠르게 스프링캠프에 들어갔다. 커브 제구를 잡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뒀고, 커브는 올 시즌 최고 무기가 됐다. 1일 한화전에서 5회말 장민석 정근우 이용규를 모두 커브로 삼진으로 처리해 삼자범퇴를 만드는 압도적인 투구를 펼쳤다. 정근우와 이용규가 커브를 머릿속에 넣어뒀으나 류제국의 커브는 알고도 칠 수 없을 정도로 예리하게 떨어졌다.
후반기 히든 카드로 준비해온 커터도 쏠쏠하다. 경헌호 코치에게 마리아노 리베라의 커터그립을 배우면서 쉽게 땅볼을 유도하고 있다. 이전에 없었던 궤적을 통해 타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커터는 류제국의 첫 번째 구종인 투심과 구속은 비슷하지만 궤적은 다르다. 투심은 수직으로 떨어지고, 커터는 옆으로 빠져나간다. 때문에 타자들이 커터를 투심이라 생각하고 스윙하면 빗맞는 내야땅볼이 될 확률이 높다.
류제국은 경기당 득점지원 부문에서 2014시즌에는 3.63으로 10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 중 리그 19위, 2015시즌에는 1.96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2014시즌 퀄리티스타트 10회, 2015시즌에는 퀄리티스타트 11회를 기록했음에도, 각각 9승과 4승을 올리는 데 그쳤다. 반면 KBO리그 데뷔해였던 2013시즌에는 경기당 4.25점을 지원받으면서 퀄리티스타트 8회에도 12승을 올렸다. 2013년에 운을 다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난 3년이었다.
올 시즌에도 경기당 득점지원 3.21으로 규정 이닝을 소화한 16명의 투수 중 13위지만, 이미 커리어 최다인 퀄리티스타트 12회를 기록했다. 시즌 종료까지 25경기 남은 것을 감안하면, 이닝에서도 커리어하이였던 2014시즌의 147⅔이닝을 경신할 확률이 높다. 개인 통산 최다승도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무엇보다 류제국은 팀이 연승 행진을 할 때 가속페달을 밟는다. 5월 6연승, 8월 9연승 기간 모두 두 차례 류제국이 선발 등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3연패를 끊고 팀을 다시 5위로 올렸다. 한화전 승리 후 류제국은 “개인 10승도 기분 좋지만 팀 연패를 끊는 승리를 동시에 하게 돼 더 기분 좋다”고 이야기했다. 2013시즌 LG가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류제국이 불운을 극복하며 다시 에이스로 올라섰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