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영 성공' 염경엽 관리야구의 진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9.02 13: 05

신재영(27·넥센)은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잘 알려진 선수가 아니었다. 1군 경력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넥센의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섰다. 14승을 따냈고 평균자책점도 수준급(3.62)이다. 1일 SK전에서 승리하며 전 구단 상대 승리투수의 명예까지 움켜쥐었다.
선수의 노력은 물론, 잠재력을 대번에 꿰뚫어 본 구단, 그리고 그에 적절한 코칭까지. 3박자가 잘 어우러진 성과로 평가된다. 여기에 야구 관계자들은 염경엽 넥센 감독의 전략도 신재영의 성공을 이끈 주요한 힘으로 손꼽는다. 철저한 관리가 그 바탕에 깔려 있다. 그리고 그 관리 전략은 이미 신재영의 내년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실제 신재영은 올 시즌 조심스럽게 다뤄지고 있는 투수다. 투구수만 보면 알 수 있다. 신재영의 올 시즌 최다 투구수는 6월 16일 고척 롯데전에서 기록한 107개다. 한 번쯤 있을 법한 110개 이상 경기가 없다. 초반에는 서서히 예열 기간을 거쳤다. 첫 10경기에서의 투구수는 81~96개였다. 100개 이상 투구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올 시즌 25번의 선발 등판 중 100개 이상의 투구수를 기록한 경기는 6번뿐이다.

정황상 더 길게 끌고 갈 수 있는 경기도 있었다. 그러나 염 감독은 크게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신재영은 올 시즌이 1군 데뷔다. 1일까지 146⅔이닝을 던졌는데, 한 시즌에 이만큼 이닝을 소화한 적이 없다. 한 시즌을 길게 끌고 가기 위해 초반부터 단계를 밟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 에이스를 피하기 위해 로테이션을 조정,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이런 점까지 등에 업은 신재영은 아주 큰 고비 없이 한 시즌을 순탄하게 보내고 있다.
요즘은 관리가 대세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어린 투수들의 이닝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직전 시즌에 비해 이닝수가 급격히 늘어나면 부상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믿기 시작한 추세다. 구단이 시즌 전 설정한 이닝이 되면 상황이 어떻든 과감히 시즌을 중단시키는 경우도 늘었다. 어린 선수들, 부상에서 막 돌아온 선수들이 그렇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팀이라면 가을에 던질 이닝까지 계산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염 감독은 이렇게 극단적인 전략까지 쓸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염 감독은 “2년 동안 2군에서 풀타임을 뛰었다. 100이닝 정도씩을 소화했다는 점을 참고했다”라면서 “밸런스와 매커니즘이 좋아 무리 없이 공을 던진다”라고 했다. 피로도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뜻이다. 다만 “포스트시즌까지 합치면 더 던져야 한다. 확실히 내년 시즌 준비를 늦게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관리도 해주겠다는 계산이 서 있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2년차 투수들인 박주현과 최원태가 그렇다. 박주현은 올 시즌 109⅓이닝을 던졌다. 최원태는 55이닝을 소화했다. 염 감독은 “두 선수는 신재영과는 다르다. 아직 풀타임을 소화할 만한 상황이 절대 아니다”라면서 “이미 투구 이닝은 관리를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의 특성에 맞게 전략을 짜주는 것이다.
실제 두 선수는 최근 등판 간격을 조절하면서 경기에 나서고 있다. 포스트시즌까지 포함한 계산도 섰다. 염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간다고 치면, 사실 두 선수의 활용도는 높지 않다. 선발은 세 명으로도 돌아갈 수도 있다. 두 선수가 많이 던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이 시작될 때 생각했던 계획과 크게 엇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야수 쪽에서도 지난해 무릎 부상이 있었던 서건창의 출전 시간을 관리하는 동시에 도루도 자제시키고 있다. 
염 감독은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한 차례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지난해 너무 자주 소환됐던 조상우의 수술 때문이었다. 염 감독은 조상우의 수술이 확정된 후 “결국 감독 잘못이다. 혹사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지 않았다. 선수 관리를 철저히 하려고 했는데 이번 일로 반성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사례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불펜 투수들과도 등판 시점에 대해 약속을 했다. 이는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했다.
올 시즌 넥센은 없는 살림에도 투수들의 이닝 관리는 어느 정도 잘 된 편이다. 불펜에서는 김상수가 가장 많은 61⅔이닝, 이보근이 56⅓이닝, 마정길이 51이닝을 던졌다. 마무리 김세현은 52⅓이닝이다. 되도록 3연투는 피했고, 불펜 투수들의 2이닝 이상 소화도 최대한 줄였다. 보통 소위 말하는 ‘위닝팀’ 필승조의 소화 이닝은 한 시즌에 60~70이닝 정도로 본다. 이 기준에 얼추 맞아가고 있다. 한 차례 실패에서 기준을 다시 세운 관리야구가 넥센의 숨은 원동력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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