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범, 한화로 FA 이적 후 2년 연속 9패
들쑥날쑥한 널뛰기 투구에 수비 불운까지
2년 연속 2승9패. 거액을 들여서 영입한 FA 투수의 성적으론 실망스럽다. 한화 우완 투수 송은범(31)의 현주소, 과연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송은범은 지난 1일 대전 LG전에서 롤러코스터 투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4회 1사까지 10타자 연속 퍼펙트로 시작할 때만 하더라고 거칠 게 없었다. 아웃카운트 10개 중 6개가 삼진일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최고 148km 직구가 몸쪽과 바깥쪽 코너 코너를 깊숙하게 찔렀다.
그러나 4회 1사 후 이천웅을 내야 안타로 출루시키며 급격하게 흔들렸다. 기록상 안타로 처리됐지만 유격수 하주석의 실책성 플레이가 있었다. 이어 1사 1·2루에서 루이스 히메네스의 좌측 펜스 앞 타구에 좌익수 장민석이 포구 지점을 놓치며 점프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이 역시 실책이 아닌 안타로 처리됐다.
결국 송은범은 주자 만루를 쌓은 뒤 2연속 적시타에 희생플라이까지 순식간에 4실점으로 무너졌다. 4⅓이닝 5피안타 1볼넷 6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 시즌 9패(2승)째로 평균자책점은 6.66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2승9패 평균자책점 7.04와 이렇다 할 차이가 없는 성적이다. 2년 연속 2승9패는 어떤 이유든 투수에게서 문제가 비롯된 것이다.
송은범은 주자가 나갈 때마다 급격하게 흔들린다. 피안타율을 보면 주자가 없을 때 2할7푼4리이지만 주자 있을 때 3할6푼5리로 상승하며 득점권에선 3할7푼9리로 치솟는다. 투구 폼이 큰 편이라 도루 허용도 15개로 리그 공동 5위. 김성근 감독도 "송은범은 좋을 때 폼이 왔다 갔다 한다. 시즌 내내 그렇다"며 일관성이 떨어지는 그의 투구에 여러 차례 아쉬워했다.
하지만 1일 LG전처럼 팀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송은범의 평균자책점은 수비와 무관한 평균자책점을 의미하는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FIP는 탈삼진·볼넷·피홈런 등 수비 영향을 받지 않는 기록으로만 계산, 투수의 순수 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
야구전문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송은범의 FIP는 5.41로 평균자책점 6.66에 비해 낮다. 9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30명 중 평균자책점은 29위에 불과하지만 FIP는 23위로 그나마 낫다. 지난해에도 평균자책점 7.04, FIP 5.55로 큰 차이를 보였다. 2013년 KIA 이적 후 이 같은 현상이 4년째 지속되고 있는데 수비 도움을 못 받은 것도 부진 이유 중 하나.
하지만 진짜 좋은 투수라면 이런 불운도 이겨내야 한다. 모든 투수들이 매번 수비 도움을 받을 순 없다.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야 하는 것도 투수의 능력. 거액을 받는 FA 투수라면 더더욱 그렇다. 2년 연속 2승9패라는 성적은 FA 투수라면 어떤 이유도 변명밖에 안 된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