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예상과 확실히 상반되는 맹활약
기회 주어지면 좌투수 상대 성적도 개선 가능 전망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오랫동안 지켜본 담당기자가 빅리그에 적응한 김현수(28)의 능력에 놀라움을 표했다.
김현수는 이번 시즌 75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1푼5리, 15타점을를 기록하고 있다. 규정타석에 도달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가장 많이 타석에 들어선 그는 꾸준한 활약으로 팀 내 비중을 점차 확대했다.
지금의 성적은 온갖 회의적인 전망들을 뚫고 만들어낸 결과다. 시범경기에서 극도의 타격 부진에 빠진 탓에 다수의 현지 매체들은 그가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한 김현수는 한정된 출전 기회를 살려 점차 자신의 입지를 넓혀나갔다.
이에 현지에서 볼티모어를 오랫동안 취재한 댄 코놀리 기자도 놀랐다. 지난달 31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그는 “김현수의 적응력은 엄청났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계속 말을 이어간 코놀리는 “(시즌이 개막되기 전) 더블A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을 정도였지만 그는 (부진할 것이라는) 많은 예상들을 날려버렸다”고 덧붙였다. 김현수의 트리플A행을 예견하기도 했던 현지 매체들은 당시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 팀인 노포크에 외야수가 많아 수비 기회가 적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더블A 팀인 보위로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낸 바 있다.
빅리그에서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좌투수를 상대로는 17타수 동안 안타가 하나도 없지만, 지속적인 기회가 보장되면 개선될 여지는 있다. 좌투수 상대로 나타나는 김현수의 부진이 단지 기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코놀리는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그가 우투수를 상대로 보여줬던 것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꾸준히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강조했다.
다만 현재는 그렇게 기회를 줄 수 없는 상황인 것이 사실이다. 볼티모어는 여전히 와일드카드를 통한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릴 수 있어 실험보다는 당장의 승리를 위한 선수 기용이 필요하다. 좌완에 강한 우타자 스티브 피어스가 영입됐기 때문에 벅 쇼월터 감독도 상대가 좌완을 선발로 내면 피어스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 하더라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그의 능력이 뛰어났다는 것은 증명됐다. 빅리그가 좀 더 익숙해진 만큼 다음 시즌에는 향상된 성적도 기대할 수 있다. 끝까지 살아남은 김현수의 모습에 놀란 현지 언론이 다시 한 번 놀랄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nick@osen.co.kr
[사진] 볼티모어=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