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독이 됐다. 20인 엔트리 체제 하의 대표팀은 완벽하지 않았다.
한국은 지난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서 3-2로 승리했다. 전반에 선제골을 터트리며 기선 제압에 성공한 한국은 후반 초반 2골을 추가로 뽑아내며 분위기를 한 껏 끌어 올렸다. 그러나 집중력 부족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2골을 허용하며 신승을 거뒀다.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지만 결과론적으로 아쉬움이 크게 남는 경기였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선수들을 뽑아도 어려운 상황에서 3명을 제외한 엔트리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 배려는 대표팀의 우선 덕목이 아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시리아전 2연전을 앞두고 과감하게 20명의 엔트리로 경기에 임했다. 공격수로 분류된 자원은 황희찬(잘츠부르크)밖에 없었다.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은 소속팀 적응 때문에 명단에서 제외했다.
자체 연습 경기 조차 불가능한 엔트리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중국과 경기를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은 "논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한 뒤 "단 정보를 확실히 알고 논란이 있었으면 좋겠다. 골키퍼의 경우 나도 2명만 뽑고 싶었지만, 규정상 3명을 등록해야 한다. 이것을 사람들이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팀 사령탑으로서는 의외의 발언이다. 골키퍼는 무조건 3명을 채워야 한다. 그런데 굳이 골키퍼를 거론하면서 엔트리를 축소한 부분에 대해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슈틸리케 감독이 엔트리를 축소한 것은 선수들에 대한 배려다. 그러나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많았지만 굳이 선발하지 않았다. 그동안 K리그 및 중국, 일본까지 많은 곳을 다녔지만 더이상 선택하지 않았다. 채워 넣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기존 선수들 및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모두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선발하지 않았다.
▲ 부메랑으로 돌아온 20인 엔트리.
배려가 필요했다고 하지만 분명 여러 선수를 합류시킬 수 있었다. 공격진의 숫자가 부족하지만 다양한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여러 포지션에 선수를 선발할 수 있었다.
물론 23명의 선수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날 경기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경기 초반 선제골을 터트렸을 때 그리고 추가골을 기록했을 때 분명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상대에게 만회골을 허용할 때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기 위해 측면 오버래핑이 필요했지만 체력이 떨어진 선수를 교체할 수 없었다.
따라서 슈틸리케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황희찬밖에 없었다. 공격수에 변화를 주면서 중국 수비진을 괴롭히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과는 다르게 오히려 중국 전술이 더 좋았다.
전반 시작부터 잔뜩 웅크린 채 5명의 수비를 세웠던 중국은 오히려 선수 교체를 통해 기회를 엿봤다. 1994년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에 3골을 허용한 뒤 2골을 만회했던 것처럼 강력하게 몰아쳤다.
결국 선수들이 온 몸으로 막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전술적인 변화는 없었다. 상대가 반격을 펼치는 동안에도 선수들은 똑같이 움직였다. 따라서 상대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경기 마칠 때까지 조바심이 생기고 말았다.
▲ 황의조 외에도 선수는 많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90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무실점 행진이 중단된 것도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아시아 축구의 수준을 제대로 인정하지 못한 결과다.
또 손흥민이 소속팀인 토트넘으로 복귀하면서 황의조를 대체 선발했다. 원래 손흥민은 중국전 한 경기만 뛰고 돌아갈 선수였다.
그런데 본인의 이야기를 손바닥 뒤집 듯 바꿔 버렸다. 따라서 2명의 선수를 더 선발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특히 갑작스런 행정적인 문제로 인해 시리아전 경기 장소가 갑자기 변했다. 내전으로 인해 원래 열리기로 했던 레바논에서 마카오로 변했지만 또 말레이시아로 변경됐다. 일정 조차 제대로 잡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선수단의 폭을 넓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필요한 부분의 선수 보강은 없었다. 20인 엔트리는 결국 부담으로 다가왔다. 최종예선 통과가 전부라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보려면 문제가 되는 것은 냉정한 현실이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