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응집력 부족이었다. 그리고 그런 침묵이 답답하게 이어지고 있다. SK가 기껏 해봐야 5위 싸움밖에 하지 못하는 이유가 한 경기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반면 넥센은 전력 손실에도 불구하고 왜 넉넉하게 3위를 지키고 있는지 경기력으로 증명했다.
SK는 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2-8로 졌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 유독 안 풀리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SK 타선의 약점과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뒷맛이 더 개운치 않았다. 여전히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SK는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홈런 아니면 점수가 안 난다.
이날 SK 타격이 상대 마운드에 완전히 봉쇄당한 것은 아니었다. 1회부터 9회까지 매 이닝 주자가 나갔다. 전체적으로는 8개의 안타와 6개의 볼넷을 골라 14출루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득점은 이미 전세가 기운 상태였던 9회 나주환의 투런포가 유일했다. 응집력 부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득점권 안타는 고사하고 팀 배팅도 부족했다. 그런 정체 속에 주자들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날 하루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더 머리 아픈 일이었다.
1회 2사 후 최정의 볼넷, 2회 1사 후 김동엽의 좌전안타, 3회 선두 김재현의 중전안타, 4회 2사 후 박정권의 2루타에도 불구하고 후속타는 철저히 침묵했다. 절정은 5회였다. 0-2로 뒤진 상황에서 선두 고메즈와 이재원이 연속 안타를 쳐 무사 1,2루 기회를 만들었다. 1점 정도는 쫓아갈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나머지 타자들은 진루타조차 치지 못했다.
김재현 타석 때는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작전이 걸렸다. 넥센 수비진의 타이밍을 어느 정도 뺏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공이 중견수 정면으로 날아갔다. 이어 박재상은 초구를 공략했으나 중견수 뜬공에 그쳤다. 박승욱도 2구를 공략했으나 힘없는 내야 뜬공에 그쳤다.
6회에는 1사 후 최정, 2사 후 박정권이 볼넷을 골랐으나 김동엽이 병살타로 물러났다. 7회에는 1사 후 이재원이 볼넷을 골랐으나 김성현 박재상이 모두 뜬공으로 아웃돼 역시 진루도 못했다. 8회에는 선두 조동화가 몸에 맞는 공을 골랐으나 최정의 땅볼에 이어 정의윤이 병살타를 치며 역시 득점이 나지 않았다.
반대로 넥센은 SK와 비슷한 출루(9안타 2볼넷 2실책출루)를 기록했음에도 팀 배팅과 집중력으로 점수를 냈다. 2회 선두 윤석민이 2루타로 출루하자 채태인이 중전 적시타를 쳤다. 4회는 상징적이었다. 선두 고종욱이 2루타를 치고 나가자 서건창 윤석민의 유격수 땅볼 때 차례로 진루해 1점을 냈다. 안타 한 개로 점수를 낸 셈이었다.
경기에 쐐기를 박은 5회는 두 팀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SK는 5회 무사 1,2루 기회를 놓쳤으나 넥센은 5회 고메즈의 실책으로 잡은 무사 1,2루 기회에서 4점을 냈다. 임병욱이 차분하게 공을 보며 볼넷을 골라 만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넥센은 라라를 상대로 대타 이택근이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를 쳐 2점을 얻었고 고종욱도 적시타로 뒤를 받쳤다. 그 후 무사 1,3루에서는 고종욱이 희생플라이를 쳐 1점을 더 보탰다. 3위 팀과 5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팀의 상징적인 세밀함과 응집력 차이였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