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다언] 안양 한라-대명, 정말 폭력적이었을까?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6.09.01 14: 15

지난달 30일 인천선학빙상장에서 열린 2016-2017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대명 킬러웨일즈와 안양 한라의 개막전 시리즈 마지막 경기서는 보기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안양 한라가 4-0으로 앞선 가운데 3연승으로 개막전 시리즈가 막을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기 전 안양 한라 안정현이 상대 진영으로 달려 들었다. 그러나 심판은 오프 사이드 판정을 내렸고 갑자기 몸싸움이 시작됐다. 안정현과 몸을 부딪힌 대명 이승원이 바디첵을 시도했다. 이승원은 스틱을 높게 들었고 위협을 느낀 안정현은 이승원과 일대일 파이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안정현과 이승원의 싸움은 곧바로 잦아 들었지만 또다른 싸움이 시작됐다. 대명의 박기선이 끼어 들어 안정현의 목을 크로스 체킹했다. 결국 새로운 싸움이 시작됐고 여러 선수들이 얽혀 싸움을 벌였다.
심판은 싸움을 벌인 선수들을 떼어 놓았지만 다시 안정현에게 공격기 가해졌다. 안정현과 박기선은 재차 싸움이 붙었고 심판의 적극적인 만류로 경기가 다시 재개됐다.
그러나 개운치 않았다. 대명 박태환은 이어진 페이스 오프에서 곧바로 일대일 파이트를 시도했고 공격이 이어졌다. 안양 한라 김현수는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얻어 맞았고 경기는 마무리 됐다.
일대일 파이트는 아이스하키에서 자주 일어난다. 물론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서는 국제 아이스하키 연맹 규정을 따르기 때문에 일대일 파이트를 되도록 금지한다.
하지만 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은 일대일 파이트가 매 경기 한두차례는 벌어진다. 특히 싸움꾼이라고 불리는 인포서(enfocer)가 따로 있을 정도. 아이스하키에서 주먹다짐, 몸싸움 그리고 각종 궂은일을 전담하는 인포서가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싸움을 잘해야 한다. 만약 인포서가 싸움을 못한다면 홈팬들에게 야유를 받는 경우가 있다.
바디첵이 허용되는 아이스하키이고 다른 프로스포츠와 차별되는 재미를 만들기 위해 싸움이 어느정도 허용되는 상황에서 유명한 인포서인 존 스캇은 올스타전에 출전,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물론 방지책도 있다. 주먹다짐의 경우 경중에 따라 페널티(2분, 5분, 10분간 퇴장, 경기 완전 퇴장)가 주어지며, 부상 유발 가능성과 위험도에 따라서 경기 후 추가 징계(출전 정지 등)가 주어지기도 한다.
비록 국내에서는 금지를 하고 있지만 고교와 대학에서 종종 싸움이 벌어진다. 난투극이 일어나는 것이 방지하기 위해 심판의 노력도 이어진다.
그런데 경기를 마치고 일부 매체들은 당시 일어난 상황에 대해 빙판위에서 폭력이 일어났다며 극렬한 반응을 보였다.
일단 안정현과 이승원의 주먹다짐은 아이스하키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장면이다. 비단 NHL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그리고 박기선의 경우에는 조금 지나치기는 했지만 팀 동료애의 발현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야구의 벤치 클리어링처럼 팀 원들의 응집력이 조금 심해지며 나타난 결과.
그리고 안정현의 경우 박기선과 싸움을 벌일 때 그의 유니폼을 잡아 당겨 싸움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미 부상을 당한 안정현이 더이상 싸움을 펼치지 않겠다는 것을 몸으로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또 이들은 극렬한 싸움이 벌어졌다며 비난을 서슴치 않았다. 다만 마지막 대명 박태환의 행동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다. 그저 2차례의 싸움을 펼친 안정현에 대해서만 집중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경기를 마치고 안양 마르티넥 감독과 대명 송치영 감독 모두 아이스하키를 펼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부분도 싸움을 일으키려고 했던 것처럼 묘사하며 아이스하키의 폭력적인 부분만 부각 시켰다.
최근 NHL도 선수간의 주먹다짐에 비해 예전보다는 엄격해진 모습이다. 그러나 이미 관습처럼 이어져 온 선수간의 싸움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몇 매체 보도 후 경기를 지켜보지 않고 화제성만 강조하는 매체들이 기사를 만들어 내면서 아이스하키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심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가 기다리고 있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서 국내를 제외한 외국에서 가장 기대를 하는 종목이 바로 아이스하키다. 동계 올림픽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인기가 덜하지만 NHL 선수들은 북미 프로스포츠에서도 연봉이 적지 않은 편이다.
가뜩이나 많은 이들이 아이스하키의 인기와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분명 이번 보도의 경우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또 선수 죽이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 10bird@osen.co.kr
[사진] 안양 한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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