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님을 찾습니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6.09.01 12: 44

“거, 누구 없소.” 이렇게 허공에 대고서라도 외치고 싶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현재 사정이 그렇다.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 어둠은 늘 그렇게 벌써 깔려 있어/ 창문을 두드리는 달빛에 대답하듯/ 검어진 골목길에 그냥 한번 불러 봤소’
가수 한영애의 노랫말처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어둠 속에서 통합협회를 이끌어갈 수장을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엄밀하게는 협회가 아닌, 한시적으로 협회 관리의 책임을 떠안은 관리위원회가 밤길에 달빛을 더듬듯 그렇게 협회장을 찾아 나섰다.

대한야구협회는 지난 3월 25일 통합체육회 이사회에서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전임 회장들이 무책임, 무책략으로 방만하게 운영해온 협회의 살림살이가 거덜난 뒤의 일이다. 당초 대한야구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침에 따라 생활체육야구연합회와 통합작업을 서둘렀으나 지난 7월초 문체부가 소프트볼협회마저 아울러  통합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바람에 가뜩이나 지지부진 했던 통합작업이 더욱 더뎌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협회의 덩치가 커져 연간 경상비만 15억 원이 필요해졌다. 웬만한 인물은 협회를 맡을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4년 임기 동안 60억 원이라는 거액을 출연할 대상자를 구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진구 야구협회 관리위원장(한국여자야구연맹 회장)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협회를 맡을 인물을 물색해왔으나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재력과 더불어 야구를 깊이 이해하고 정력을 쏟을 수 있는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한때 KBO가 야구협회를 함께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난관에 봉착, 물 건너갔다. 일부 야구인들 사이에서 일었던 김응룡, 김인식 같은 명망 있는 원로 야구인들의 회장 옹립 움직임도 가라앉았다.
프로구단 창단에도 관심을 보인 적이 있던 신세계나 한화 그룹에도 구원의 신호를 보냈지만 그 역시 무산됐다. 협회 주변에선 한화 그룹 김승연 회장이 협회 운영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소문이 났지만 김 회장이 8‧ 15 특별사면에서 제외돼 원천 무산된 것에 아쉬움을 표명하기도 했다.
현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아직도 회장을 선출할 기초적인 체제정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산하단체 통합방침에 따라 최소한 9개 시도협회가 생체협과 소프트볼을 포함한 3개 단체의 통합 회장을 뽑고 체육회의 인준을 거쳐야 하지만 진전이 없다.
야구는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현실적으론 프로선수들이 참가하게 되겠지만 올림픽 운영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대한야구협회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선 하루빨리 통합협회 체제를 정비하고 송사 등 내부의 어지러운 일들을 정리해야 한다.
한국여자야구연맹은 9월 3일부터 11일까지 12개 나라에서 참가하는 제7회 세계여자야구월드컵 대회를 부산 기장군 현대차 드림볼파크에서 연다. 명색이 세계대회인데 여자연맹과 더불어 대회를 주최, 운영해야할 대한야구협회는 ‘회장 유고’로 인해 여자야구연맹 단독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야말로 딱한 실정이다.
정진구 야구협 관리위원장은 “(회장 영입은) 통합야구협회 규모가 커져서 재력을 갖춘 재벌급 인물을 물색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후보자 두 명과 조율하고 있다.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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