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대’ 신현수, 윤종열이라는 기회를 잡다 [인터뷰]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9.01 15: 00

지난달 27일 종영한 JTBC ‘청춘시대’는 풀꽃처럼 수수하고, 또 떳떳했던 작품이었다. 청춘을 인생의 한 단면으로 담담히 묘사하되 단 한 번도 이를 어설프게 미화한 적 없었다.
그럼에도 톱스타 없는 12회 분량의 드라마가 화려한 출연진과 스케일을 자랑하는 경쟁작을 만나 이토록 선전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터다. ‘청춘시대’의 활약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함께 좋은 배우들의 출발점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했다.
그 중에서도 배우 신현수는 ‘청춘시대’의 가장 큰 수혜자다. 예술감독 박칼린과 함께 한 작품 ‘미스터 쇼’의 저스틴 역을 비롯해 다수의 연극과 뮤지컬에 출연했지만 아직 드라마 쪽에서는 낯선 얼굴인 것이 사실. 극 중 새내기 유은재(박혜수 분)의 복학생 남자친구 윤종열 역으로 분한 그는 ‘볼펜선배’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대중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신현수는 ‘청춘시대’ 종영 후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배우로서의 인지도 상승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주변 반응을 묻는 질문에 한참을 수줍어하며 머뭇거리다가도 “전보다 인기가 많아진 것 같아 부끄러우면서도 즐거운 요즘”이라며 쑥스럽게 웃어 보였다.
스스로 “낯을 가린다”고 말할 만큼 의외로 부끄러움을 많이 타던 신현수는 ‘청춘시대’ 캐스팅 이야기가 나오자 신이 나서 당시를 떠올렸다.
“1차 오디션을 봤을 때는 정말 몇 글자 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세 명이 들어갔는데, 끝나자마자 감독님께서 웃으시며 ‘넌 연기도 잘하고 목소리도 좋은데 얼굴이 못생겨서 주인공을 못 하는구나?’라고 하시더라고요. 뭔가 떨어진 느낌이 들어서 저도 장난으로 ‘가까운 성형외과 가서 얼굴 다 뜯어 고칠테니 시켜주세요’라고 장난도 쳤거든요.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에 차 돌려서 다시 오라고 전화가 온 거예요. 1부부터 6부까지 대본을 주시고는 일주일 동안 종열이에 대해 분석해 오라고 하셨죠. 그리고 2차 오디션을 봤는데, 이번엔 제 순서 말고도 오디션이 전부 끝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렸어요. 아니나 다를까 한 번 더 불러 주셨는데, 그때도 됐는지 안 됐는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었죠. 며칠 지나서 캐스팅 됐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그도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이태곤 감독을 제외하고는 신현수의 캐스팅을 전부 반대했었다고. 충격적인 사실일 법도 한데, 신현수는 담담히 현재의 자신을 인정했다.
“신현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니 그러셨을만도 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직접 ‘얘 아니면 종열이 할 애 없다’고 말씀해 주셨대요. 그 전부터 감독님이 응원해 주시는 건 알고 있었거든요. 얼마 전 종방연 때 주변 분들이 너는 절대 이태곤 감독님 배신하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종열이의 아버지 같은 느낌이에요.”
160829 신현수
신현수는 그렇게 잡게 된 윤종열이라는 기회를 결코 허투루 흘리지 않았다. 촬영 전부터 대본 12부가 전부 탈고된 덕에 역할 분석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그는 12권의 책을 3등분해서 종열의 변화를 시기별로 묘사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돋보이기 보다는 극 중 은재를 밝혀줄 수 있는 인물로서 자리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이 기특하기까지 했다. 심지어는 화제의 키스신에서도 “혜수가 더 예쁘게 보이도록 노력했다”고.
마치 중요한 시험을 치르듯 윤종열과 마주한 그의 진지한 모습은 드라마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종열은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인 터라 그 리얼리티 때문에 외려 호불호가 갈렸는데, 스스로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더라도 최대한 캐릭터에 체화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신현수의 변이었다.
‘청춘시대’의 남자들 가운데 가장 능청스러운 캐릭터를 맡았지만, 실제 신현수는 은재와 종열을 반반 섞은 듯한 면이 있다고 전했다. 장난을 잘 치고 긍정적인 부분은 종열과 비슷하지만, 반면 낯가림이 심하고 사랑에 있어 소심한 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학창시절 CC를 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귀가 빨개지기도 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유은재와 계속 연인 관계를 이어나갈지도 궁금해졌다. 이에 신현수는 “둘은 얼마 못 가 헤어졌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전 종열이를 사랑하지만, 모든 남자는 다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종열이가 고두영처럼 변했을 것 같기도 해요. 사람 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르잖아요. 결혼하고 그렇게 까지는 안 될 것 같아요. 장난으로 혜수랑 우스갯소리로 그런 말도 했었는데요. 둘이 헤어지면 은재는 이나처럼 변하고 종열이는 두영이처럼 돼서 극과 극에서 다시 만나자고요.”
160829 신현수
신현수는 ‘청춘시대’ 초반부터 비스트의 윤두준과 외모가 비슷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도 ‘신현수 윤두준’이나 ‘청춘시대 윤두준’이 있을 정도다. 이에 대해 그는 “연극이랑 뮤지컬 할 때부터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처음엔 못 느꼈는데, 그 분의 작품들을 많이 찾아보다 보니 어떤 부분 닮았다고 하시는지 알 것 같았어요.”
두 사람이 친해지면 좋겠다는 말에는 “저도 그렇다”며 크게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불편해 하시지 않을까, 피해가 가거나 언짢으시진 않을까 걱정된다”며 조심스러워하기도 했다.
만일 남자판 ‘청춘시대’가 만들어진다면 맡고 싶은 역할이 있냐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던 신현수는 “진명(한예리 분) 아니면 지원(박은빈 분)”이라고 답했다. 큰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와 밝고 쾌활한 이, 극과 극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배우로서의 롤모델로는 하정우와 주드 로를 꼽았다. 그러면서 ‘멋진 하루’와 ‘나를 책임져, 알피’를 두 배우의 작품 중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라고 설명했는데, 찌질하지만 늘 진심으로 모두를 대하고 솔직함 그 자체인 역할에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배우 신현수로 알려지는 것도 좋지만, 매 작품 속에서 맡는 캐릭터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다며 웃는 그의 ‘청춘시대’는 몹시 눈부셨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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